|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단체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민간휴직근무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민관유착 및 민간기업으로의 진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관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감이 무색해지면서 주무처인 안전행정부와 함께 식약처가 파견 공무원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식약처가 2014년 8월 현재 ‘민간휴직근무제’를 통해 파견을 보낸 산하 민간단체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유일하다. 식약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산업육성본부장에 장정윤 과장이, 교육사업부장에 지영혜 주사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불이익을 우려 공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갖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우선 안행부가 현재 식약처로부터 보고를 받은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파견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작성된 실태조사 평가서의 객관성ㆍ적합성 여부다.
평가기준은 ▲업무수행태도 ▲업무수행실적 ▲업무추진능력 등인데, 의료기기산업협회로 파견을 나간 공무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식약처가 평가서 양식에 맞게 제출하면 끝난다.
"지나친 보수 등 의료기기협회 행정이 정부에 귀속될 우려 배제 못해"
파견 공무원이 제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지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담당 사무관에게 자료를 요청했으나 ‘개인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더욱 큰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보수규정도 상당히 모호하다. 관련법에서는 ‘민간근무휴직제도’를 통해 파견된 공무원의 경우 실제 식약처에서 받고 있는 보수기준으로 최대 130%까지 지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들어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30%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라는 제보자 전언처럼 과연 적법한 절차로 보수가 지급되고 있는지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조직이라면 공히 인사고과를 냉정하게 따져 보수를 책정하기 마련이지만, 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로부터 수임한 위탁사업의 담보에 대한 부담 때문에 130%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기산업협회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협회 내 전결권 가진 상근부회장의 ‘직할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상근부회장 말고는 감히(?) 현직 공무원을 상대로 제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파견된 공무원은 그야 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협회 행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할 소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식약처 인사팀 측에서는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수입통관예정보고, GMP교육 등 정부수임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해 행정적으로 파견공무원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역설적으로는 자체 수익사업이 전무한 의료기기산업협회의 모든 사업에 파견공무원의 입김이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또 한 가지 유심히 살펴볼 부분은 파견 공무원이 의료기기산업협회 행정의 중심에 설 경우 실제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협회 행정의 식약처 귀속여부라 할 수 있다. 협회는 민간단체로 협회 자체로 검토 중인 행정업무까지 식약처에 고스란히 보고될 수밖에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업계의 모든 수단이 원천봉쇄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부 산하 민간단체 관계자는 “협회란 곳이 때로는 정부와 협조를, 때로는 업계 및 회원사들의 권익대변을 해야 하지만, 민간휴직근무제는 협회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한 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업계에서는 파견 공무원이 협회에 눌러 앉을 수 있다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다. 파견 공무원이 눌러 앉고 협회의 핵심사업을 쥐고 있을 경우 그 부서는 외연적으로 확장되고, 공무원의 수요가 필요해진다. 결국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밥그릇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년+1년’으로 돼있는 규정만으로,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창구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실제 교육부 산하 **단체는 지난 2000년대 ‘민간휴직근무제’를 통해 파견된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고, 이어 전ㆍ현직 공무원들이 핵심부서의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해당 협회 내 일반직원들은 설 자리를 잃은 채 협회 행정의 뒤편으로 밀려난 경우가 있지 않았는가. 현직 공무원이 파견을 나갔을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명명백백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식약처 관계자의 안일한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 직접 근무하면서 업무 방식 및 효율적 경영기법을 배우고,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체험,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에 도움을 주고자 시행돼온 ‘민간근무휴직제도’.
식약처의 공무원이 민간단체에 파견돼 민간근무휴직제도가 지나친 보수의 혜택을 받는다든지, 무분별한 협회의 정보유출, 민관유착 등 식피아(식약처+마피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민간근무를 위한 휴직신청에 대해 사전에 엄격히 심사,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