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2만평에 가까운 땅이 의료시설 부지로 지정됐음에도 병원이 입주하지 않아 10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데일리메디가 입수한 ‘시‧군‧구 종합의료시설 계획 미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68만2359㎡의 땅이 의료시설 부지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계획시설 미집행현황’은 국토교통부가 과거 10년 간 사용 실적이 없는 부지를 파악한 자료인 만큼 최소 10년 이상 방치돼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6만1965㎡로 가장 많았고, 충청북도 10만7681㎡, 전라남도 9만2650㎡, 제주도 6만2571㎡, 충청남도 4만8826㎡, 대구광역시 2만8001㎡ 순이었다.
종합의료시설 부지의 경우 도시계획시설규칙 상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하고, 용도 변경 역시 쉽지 않아 종합병원이 들어서지 않을 경우 방치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민의 건강권 향상’을 기치로 내건 지방자치단체들의 대학병원 유치 과욕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십 수년 동안 상당수 지자체들이 대학병원 유치를 희망하며 적잖은 규모의 땅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선정해 왔다.
부지 선정과 함께 유명 대학병원 유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당장이라도 해당 지역에 대형병원이 들어설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자체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자체들의 러브콜에 대학병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어 봤지만 병원 유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실제 분원 설립으로 이어진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 오산시다. 오산시는 517억원을 투입,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서울대학교병원과 분원 설치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MOU 실행이 지지부진하며 기한 만료됐고, 이후 오산시는 적잖은 은행이자를 부담하는 등 예산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충청남도 역시 종합의료시설 내 병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도는 도청 이전과 함께 내포신도시에 3만2816㎡에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춘 종합병원을 유치할 예정이었다.
실제 지난 2007년에는 건양대학교병원이 충청남도와 분원 설립 MOU를 체결, 종합병원 유치는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건양대병원이 용지 가격과 수익성 등의 이유로 입찰에 불참하면서 협약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에도 내포 신도시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병원은 없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종합의료시설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진입 기준을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 요양병원, 한방병원으로까지 확대키로 했지만 효과는 아직 가늠키 어렵다.
실제 진입 대상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300병상 이상, 7개 진료과목을 갖춰야 한다. 이 정도 기준이면 중소병원 중에서도 큰 규모에 속한다.
여기에 병원환경 변화와 병상 과잉공급 등의 문제들이 겹치면서 실제 종합의료시설 부지에 진출하는 기관이 나올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지자체들이 유명 대학병원 유치를 큰 치적으로 여기면서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남발한 결과”라며 “작금의 의료환경에서 그 정도 규모의 병원을 신설하려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