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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질병과 고통 그리고 사망의 원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하였음에도 담배회사들은 공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왜곡했으며 피해가 아주 적다고 속여 왔다. 회사들은 강력한 중독성 물질을 생산・판매해 많은 질병을 일으켰고, 이로서 사망 등 측정할 수 없을 많은 이들의 고통과 경제적 손실, 국가 보건제도에 대한 부담을 지우며 이득을 올렸다."
이는 2006년 일명 '케슬러 판결문'이라 불리는 미국 워싱턴 D.C. 지방법원의 담배소송 판시 일부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 이하 공단)이 희망하는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하고자 공단은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담배규제와 법'이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처장 신영수)의 도움으로 판결을 이끌어낸 주역을 국내로 초대했다.
▲(왼쪽부터)로버트 프록터 교수, 빅터 드노블 박사, 샤론 유뱅스 변호사 |
케슬러 판결문 이끌어낸 미국 前 연방변호사 '샤론 유뱅스'
샤론 유뱅스(Sharon Y. Eubanks) 변호사의 첫 인상은 수다스러운 옆집 흑인 아줌마였다. 대화 내내 농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편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담배 소송과 관련된 답변을 할 때면 눈빛부터 변했다.
그의 눈빛에는 1999년 '직업적 자살행위'라는 주위의 경고와 예산 삭감, 기관들의 협조 거부 속에서도 2006년 담배회사들을 조직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도록 이끌어낸 끈기와 열정이 아직도 담겨 있었다.
담배 유해성과 의료인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유뱅스 변호사는 "담배소송의 쟁점은 흡연과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미국 법원과 국민들은 전문가들 증언과 연구로 담배의 위해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이들의 역할이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독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라며 "니코틴을 제거하는 방법만이 유일할 것인데 담배회사들은 이를 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질병과의 연관성 등 위해성을 명확히 밝혀 이들을 압박해야한다. 그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24조원 징벌적 손해배상 이끌어낸 '로버트 프록터' 교수
소송에서 과학사 전문가로 담배회사의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담배 위해성 은폐를 증언한 로버트 닐 프록터(Robert N. Proctor) 박사 또한 담배소송의 중요한 인물이다.
특히 프록터 박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담배회사 레이놀즈(R. J. Reynolds Tobacco)로부터 24조원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 담배회사의 부정행위를 경고했다.
그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을 꾀어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논지를 흐리거나 반대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개인이 위해성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 연구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들의 마케팅은 집요하고 교묘하며 지능적이다. 광고 등을 통해 사회적 통념을 담배에 친화적으로 유지하려 한다. 이를 명확히 경고하고 지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담배 중독성과 필립모리스 해악 고발한 '빅터 디노블' 박사
담배소송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공익제보자 빅터 디노블 박사다. 그는 프록터 박사의 우려처럼 1980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로부터 니코틴의 효과를 재현하는 유사물질 개발연구를 의뢰받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던 중 디노블 박사는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의 중독성과 아세트알데히드 조합에 의해 중독성이 증폭되는 현상을 밝혀냈다. 이를 전해들은 필립모리스 회장은 "니코틴에 취한 실험용 쥐 때문에 수 조원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며 그를 해고했다.
이후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그를 옭죄던 비밀유지 서약을 풀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고, 법원에서 이를 증언함으로써 소송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그로 인해 담배와 담배회사를 바라보는 미국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기에 이르렀다.
변화를 이끈 단초는 과학자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이었다고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는 "옳은 일을 하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개인의 안위를 살피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당신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흡연과 질병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의사들의 역할"이라며 "무엇이 옳은지를 살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담배회사의 부정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담배소송 의미와 미래
이 외에도 심포지엄에 참여한 많은 이들은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하며 사회적 의식 변화와 공단의 담배소송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공단과 연자들은 소송 효과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남산 대표변호인이자 공단 담배소송을 담당하는 정미화 변호사는 "유뱅스 변호사 등이 이룬 성과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 최근 소송 흐름이 회사의 잘못에 대한 판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 흐름에 맞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재판부도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해인자가 폐암 등 질병을 구체적으로 일으킨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과관계 설명을 위한 의학계의 일관된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의 견해를 구했다.
아울러 유뱅스 변호사는 소송 결과를 떠나 흡연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소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삶, 좋은 환경"이라며 "공단의 소송은 그 첫 단계"라고 설명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수잔 머카도(Susan Mercado) 국장은 "이번 담배 소송은 사회적 통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