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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어떤 교육, 철학, 원칙 등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의사의 질(質)이 결정된다. 의과대학이 어떤 기관이지 철학적 검증과 반추가 필요하다.”
"기관 고유의 철학적 검증·반추 필요"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원장이 의과대학의 교육 질에 대해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자 의료계를 향해 던진 메시지다.
지난해 의료계는 부실의대 문제가 대두되며 심한 홍역을 앓았다. 이미 15년 전부터 의과대학 인증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 초 의과대학 인정기관이 된 의평원이 본 부실의대 사태는 어땠을까.
지금도 완쾌되지 못하고 잔상이 남아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안덕선 의평원장은 ‘교육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근본적 문제로 지적했다.
안덕선 원장은 “의과대학에 대해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고, 또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세월호 때와 같이 우리 모두 침몰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교육에 대한 성찰 부족에서 파생된 우리사회의 부족한 자정능력을 꼬집었다.
이어 "영연방 식민지였던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은 그나마 낫지만 동아시아가 전체적으로 자정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그 사회 정치적 성숙도는 민주주의 발달과 함께 구축된다. 꼭 구축돼야 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의과대학 설립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교육 본연의 기능을 해친다는 판단이다.
현재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전남지역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지역구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안 원장은 “정치권에서 앞다퉈 의과대학 설립 공약을 내놓는데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적 수요가 아닌 정치공약으로 등장한 의과대학은 권력과 정권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남의대만 봐도 의과대학이 교육의 본질보다는 경영자의 정치적‧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다뤄졌다. 선량하지 않은 주체에게 미래 의사와 국민 건강을 맡긴 것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며 의과대학 설립 과정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교육은 어떤 사람을 키우느냐에 따라 평가"
안 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의대 설립과 폐쇄 권한을 정부가 아닌 민간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의과대학이 외부 상황과 독립돼 교육에 집중하고, 자정능력을 키우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독립된 민간기관이 의과대학에 대해 신입생을 꼽기 전부터 평가를 시작해 준비가 돼면 임시 허가를 내주고,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매년 평가를 한다. 첫 졸업생이 나오면 비로소 정식 인증을 해주고, 그 후 6년에 한 번씩 인증을 갱신한다”며 설립과 인증이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와의 체계 차이를 설명했다.
안 원장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수준 높은 전문지식과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1~2년에 한번씩 담당자가 바뀌는 우리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미지수”라며 고개를 저었다.
의과대학 설립부터 폐쇄까지의 연결선에 방점을 찍은 그가 추구하는 바른 교육은 사회중심적 가치를 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을 의과대학 교육의 질과 동일시하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선진 의과대학 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같은 시험을 통과했다고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안 원장은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진 의사로 키워졌느냐에 따라 그 교육의 질은 결정된다. 하버드 대학이 명성을 얻은 것은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에 초점을 둔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강의를 해도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식의 전달 과정이 교육의 반을 차지한다면 수련 과정 중 다른 사람과 상호소통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반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교육의 연결선에 집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