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직(要職)이다. 그 만큼 책임감도 크다. 연간 ‘의료비 100조원 시대’에서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자의 중압감은 형용이 어렵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의료’를 다루는 탓에 정책 하나하나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때로는 호된 여론의 뭇매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화와 보장성의 갈림길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보니 천착이 일상이다. 그럼에도 모든 정책의 귀결점은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신념에는 흔들림이 없다. 보건의료 정책의 야전사령관으로 명명되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정부 세종청사에서 만났다.
“의료, 산업화·공공성 병행”
전국민 건강보험을 운용 중인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 그 중에서도 보건의료정책실의 역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한해 50조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의료와 관련된 각종 제도를 기획, 도입, 시행, 관리하는 등 업무량도 방대하다.
특히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양한 전문직종과 상대해야 하는 탓에 전문성은 물론 고도의 협상력까지 요구되는 피로도 높은 부서로 꼽힌다.
행정고시 31회 출신인 권덕철 실장이 복지부 핵심부서이자 고난의 부서인 보건의료정책실 총괄책임자로 임명 받은 것은 지난 달 17일.
장‧차관 다음 서열인 요직으로의 승진에 축하가 쇄도 했지만 그의 맘은 편치 않았다. 보건의료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책임감과 부담감은 곱절로 다가왔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적 이슈인 ‘의료 영리화’와 맞닿아 있었다. 솔직히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컸다.
그는 무엇보다 의료의 산업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향후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는 확신이 가득했다.
권덕철 실장은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은 이미 한계 상황에 와 있다.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의 산업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제한적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제했다.
권 실장은 “의료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 또한 높은 분야인 만큼 지속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지만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의료 산업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변화된 시대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는 이미 의료 산업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과 해외환자 유치다. 의료 영리화 역시 왜곡된 주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권 영향력 당연, 심판은 국민”
모든 행정부처가 마찬가지겠지만 보건복지부는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인식이 강한 부처 중 하나다. 보건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
실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보건‧복지 제도가 봇물을 이룬다. 제도권 안으로 연착륙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권이 끝날 무렵 사장되는 사례가 적잖다.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개선 등 굵직한 제도들이 진행 중이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 같은 ‘정권의 영향력’에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라는 견해다.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정권을 잡고 국민을 위해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편다면 국민이 심판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기본적으로 보장 받아야 하는 부분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5년 단임제 체제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부족한 것은 솔직한 아쉬움”이라며 “입법부가 행정부 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 역시 애로점”이라고 털어놨다.
권덕철 실장은 임기 동안 가장 추진하고 싶은 제도로 ‘진료정보 교류’를 꼽았다. 현재 시스템은 국민들에게 너무 불편한 구조라는 인식의 발로다.
그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가 교류되지 않는 상황이 가장 안타깝다”며 “검사자료를 CD에 복사해 갖고 가더라도 동일한 검사가 반복되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제는 의료기관 검사영상 분야의 질관리가 확보돼야 한다”며 “그 이후에는 제도 시행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파이어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기획관, 보건의료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보육정책관, 복지정책관, 보건의료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