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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튜브 달고 객사하는 현실 바꿔야"
임상보험의학회-보건행정학회 "고령시대 의료체계 개혁" 주장
[ 2014년 09월 12일 20시 00분 ]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죽음의 질(QOD, quality of death)'을 논하며 보건의료체계를 개편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이사장 이근영)와 한국보건행정학회(회장 전기홍)는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관 대강당에서 고령사회와 보건의료체계를 주제로 다학제간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시대적 화두를 던졌다.

 

임상보험의학회 학술집담회이자 보건행정학회 정책토론회로 꾸려진 이번 행사에는 일선 임상의를 비롯해 사회・행정학자,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죽음과 보건의료체계의 연관성과 방향성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좋은 죽음의 의미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실상 ▲QOD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체계 및 정책의 방향에 관한 발제를 통해 '고령화에 따른 QOD의 향상과 시대적 환경 변화에 발맞춘 보건의료체계의 개혁'이라는 논쟁점을 도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일순 명예교수(예방의학과)는 '고연령사회: 사망의 보건정책적 고찰'이란 주제로 '좋은 죽음'의 의미와 필요성, 이를 이루기 위한 의료전달체계적 기여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고연령사회로 접어들며 사망자가 급증하는 시대, 3명중 2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회가 됐다. 병원이라는 객지에서 수많은 기계와 낮선 이들에 둘러싸여 기계와 약물에 의존한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선 의료와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죽음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말들을 한다"면서 ▲사망원인의 변화 ▲임종기간의 장기화 ▲총 병원 이용기간의 증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변화와 과잉진료 가능성 등 의료전달체계의 종착역인 죽음과 국내 의료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도영경 교수(의료관리학교실) 또한 '고령노인의 인간다운 생애 마감과정과 보건의료 전달체계'란 주제발표와 함께 노인자살률의 급증, 중환자실에서의 연명의료, 좋은 죽음을 위한 환자와 가족, 사회의 부담 등을 거론했다.

 

특히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면서 "고령층의 빈곤과 가족의 해체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자살을 부추기고, 질병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면서 "QOD 평가결과 세계 40개국 중 32위로 최하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고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한국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은 한국을 떠날 수 없는 현실을 비관하는 것이자 피할 수 없기에 자살을 선택하게 하는 환경적, 시스템적 오류의 단적인 예"라며 "좋은 죽음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의료전달체계 역시 이와 같은 소비자의 생각과 요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은 마지막 발제를 통해 '좋은 죽음',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고령자 케어와 한국형 책임진료기구(ACO)'를 제시하며 전면적인 의료공급체계 개편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시점에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소병원들은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곧 환자 받을수록 적자 발생해 환자를 기피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상호연결 ▲통합관리 ▲융합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전면적 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에서 시범사업 중인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나 미국 오리곤주의 'CCO(Coordinated Care Organization)', 케어모어社의 통합의료서비스 등 사례를 들어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맹호영 요양보험운영과장은 "노인친화적 연계서비스를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보건개혁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외국의 효율성 높은 제도를 초석삼아 보건의료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적용, 관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연구소 김정회 부연구위원은 "ACO모델 등을 한국화해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근거 중심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인구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장기요양이나 완화의료 등 대응제도를 일부 시작하고 있다. 학회 등에서 많은 고민과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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