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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8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양인구 대비 생산 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5~64세사이의 생산 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수명이 늘어나 고령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부양비가 늘어나게 된다. 총 부양비는 전체 인구 중 15세에서 64세사이의 생산 활동 인구 대비 노인이나 유・소년층 비율이다.
인구학자들의 예측에 의하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부양비는 2065년경 1대 1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명의 생산 활동 인구가 노인이나 어린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예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주요 출산연령층인 30대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현저히 줄어드는 소위 M자형 모양을 그리고 있다.
이는 아마도 경제 활동을 시작했다가 자녀 한 명을 낳고 일을 포기하는 여성과 결혼과 더불어 경제활동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일하고자 하는 여성은 늘어가고 있지만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여전히 미흡한 현실이 많은 요인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연관시켜 보면 미래는 더욱 암담해진다.
잘 알려진 사실대로 대부분의 의료이용은 노인과 어린이가 주로 하게 된다. 특히 노인은 의료이용 강도도 높아 의료비 증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양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생산 활동 인구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 직장가입자의 평균 건강보험료는 5.99% 수준이었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현재의 보장수준을 유지하기에도 훨씬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일시적인 상황이라면 고통 분담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속적이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건정책 관련 토론회에 가보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요 주제는 보수지불제도를 비롯한 공급자에 대한 관리기능 강화와 소비자의 과다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저출산 문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인구학의 학문적 범위를 넘어 우리 국민의 경제생활, 사회제도 유지・발전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물론 우선순위는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관계 당국뿐 아니라 전 사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의료계에서 실천 가능한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경제활동 참여 여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안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돌봄의 사회적 지원기능 강화, 보육서비스기능 강화 등 그간 논의된 방안들을 직장환경에 적합하게 다듬어 적극적으로 수용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필자가 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체 2,150명 직원 중 약 75% 가 여성이고, 이 가운데 600명 정도가 8세 이하의 어린 자녀를 둔 엄마 직장인들이다.
비단 심평원만의 특수성은 아니다. 대부분의 병원들도 간호사를 비롯해 다수의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근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면 저출산 해결을 위한 일종의 시범 적용지역 지정을 요청하는 것도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저출산 문제는 이제 최우선 해결 과제로 올려야 할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