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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지방 소재 국립대학병원이 시끌벅적하다. 일부 교수와 전공의 마찰 등으로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진료 차질 사태까지 빚어져 환자들만 애꿎게 피해를 봤다.
과거 지도교수와 전공의 사이는 ‘갑을 관계’로 통용됐다. 특히 권위적인 교수에게는 ‘슈퍼갑’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나, 공론화되기는 쉽지 않았다. 자칫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쌓였던 갈등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스승과 제자 사이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교수와 전공의들 간 올바른 관계 성립은 ‘보이지 않는 터널의 끝’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남대학교병원과 충남대학교병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다. 사안은 다르지만 교수와 전공의 마찰이 결국 심각한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소송전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남대병원, “지도교수 권한 이상 행세 VS 전혀 사실무근”
올해 초 전남대병원에서는 치열한 진실게임이 전개됐다. 주임교수가 전공의들에게 소위 머슴 부리듯 한다는 ‘안하무인(眼下無人)’격 행보를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교수의 사적인 일까지 시키면서 부당하게 전공의를 압박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수시로 집합을 시키기 때문에 숙소가 아닌 진료실 한 켠에서 눈을 붙이는게 오히려 낫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이야기가 통용될 정도였다.
이 병원 전공의는 “아침 회의 때마다 폭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욕설까지 서슴치 않는 모습을 보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와의 면담 이후 상황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면담에서는 “함께 잘 해보자”는 식의 결론이 내려졌지만, 다음날부터 교수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공식적으로 지칭되지는 않았으나 특정인을 비유적으로 지적하며 의국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식의 조롱을 받기 시작했다. 인격모독성 발언 수위도 심해졌다.
참다못한 전공의는 다른 전공의들과 연대해 근무 거부에 돌입했다. 대학병원 본부에 진상조사도 요구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의국비를 사용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포함됐다.
교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언론 등에 사건이 노출되면서 공론화되자 반박 의견을 내놓았다. 전공의들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나태한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교수는 “통상적인 수련 교육을 받지 않았고 업무 지시에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며 “그릇된 행동을 지적한 것이 잘못인가.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로 인해 매도당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대학병원은 해당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의 배임 의혹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충남대 전공의 “병원 자체 감사 ‘A 교수 무혐의’ 인정 못해”
논란의 중심이 됐던 교수가 직위 해제되면서 사건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이번엔 충남대병원에서 비슷한 갈등이 불거졌다.
이 병원에서도 특정 교수가 지목됐다. 정형외과 과장인 A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갈등 관계를 빚어왔다.
A 교수는 “후배 교수들(5명)이 병원 내부에 허위사실이 담진 진정서를 유포해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 결코 직책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음해 세력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후배 교수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해임요청 사유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내용은 충남대병원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목적을 담고 있을 뿐 A 교수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임 요청 사유에는 폭행, 공금횡령 등 비윤리적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이 사실일 경우 A 교수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공의들도 후배 교수들의 편에 가세했다. “해임요청 사유는 명백한 사실이며 A 교수가 응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칼자루는 병원 본부로 넘어가게 됐다. 충남대병원은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 문제는 감사 결과가 오히려 ‘진료 거부 사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병원 감사팀은 “A교수가 폭행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 입증이 불가능하며, 횡령 논란이 있는 자금은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요지의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감사팀 결과에 대해 전공의들은 “말도 안 되는 결론”이라며 “A 교수 수술과 진료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진료현장 복귀를 거부하며 투명한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A 교수는 “감사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형외과 특성상 혼자 할 수 있는 수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수술이 예약돼 있는 환자들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날짜를 미뤄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충남대병원이 내부 갈등으로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됐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병원 측은 전공의들에게 진료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공의 행보를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어 난항을 겪었다.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충남대병원의 교수와 전공의 갈등이 봉합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A 교수가 사퇴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에 자진복귀했다.
충남대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시끄러웠던 갈등이 마무리돼 다행스럽다”며 “A 교수 사퇴 이후 정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나온 것은 없다. 현재 그동안 밀렸던 환자 진료와 내부 갈등 수습에 전념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참된 의료인 자세 되짚고 구성원 간 화합 의지 다져야”
이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병원 규모 및 소재지를 가릴 것 없이 얼마든지 항시 재발할 수 있다. 또한 교수와 전공의가 아닌 교수들 사이의 마찰, 반목, 대립도 빈번한 것이 병원계의 일반적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공금 횡령 등 금전적인 요소가 마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 대립 관계가 형성되는 연유가 늘고 있다. 신구(新舊) 세대의 허심탄회한 의견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대학병원 원로교수는 “의술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며 “천직으로 의료인의 길을 걷기로 했다면 다른 외적인 것보다 환자 생명을 구하는데 집중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처럼 병원 내부에서도 갈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으나, 역지사지(易地思之) 자세로 구성원 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인문학과 같은 기본적인 소양을 의료인 스스로가 갖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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