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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바이러스·감염’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올 초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다른 국가로 퍼지면서 국내에도 에볼라 주의보가 켜졌다.
미국의 경우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잇따라 숨지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연간 5명 이하의 감염 케이스가 보고됐지만 올해 크게 늘면서 주변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항생제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확산에 대해서도 세계보건당국이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바이러스 공포에서 예외일 수 없는 법. 많은 국민들은 전 세계로 무섭게 퍼지고 있는 감염 위험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는 한편 각종 정보와 정부 대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바이러스 대유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몇 차례 크고 작은 감염병이 왔다 사그라든 전례가 있다. 이른바 사스로 불린 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이 대표적이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광둥 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전 세계로 확산된 전염병이다. 2003년 3월 중순 홍콩의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하면서 처음으로 보고됐으며, 그를 치료한 중국·베트남·홍콩의 병원 의료진도 차례로 감염됐다.
세계 32개국에서 8만3000여명이 감염됐으며 한국에서도 4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돼 전 세계를 떨게 만들었다. 2009년 역시 대유행이 전 세계를 한 차례 휩쓸었다.
2009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H1N1)로 인해 세계적으로 1만 여명이 사망했으며 국내에서도 확진환자 약 70만명에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등 엄청난 파괴력으로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정체를 잘 몰랐던 대유행 초기와는 다르게 항바이러스제와 예방백신 등으로 점차 전파력이 낮아져 현재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다.
확산일로 에볼라…의료계·정부 등 대응 분주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때때로 국내를 엄습하면서 제2의 신종플루 사태와 같은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병 유행은 9월 22일 기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5843명 감염·2803명 사망, 나이지리아 및 세네갈에서 21명 감염자 및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976년 중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에볼라 출혈열은 높은 치사율이 특징으로 이번 유행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항공여행을 통해 타 국가로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을 있어 이를 차단하고자 각국 정부는 항공기의 서아프리카 지역 운항을 중지시키고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실제 보건당국이 부산에서 행방불명됐던 라이베리아인 2명의 신병을 뒤늦게 확보하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며 최근에 국내 처음으로 고열과 오한, 근육통을 동반한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생, 격리 입원되기도 했다.
에볼라의 감염경로는 주로 감염된 사람의 체액, 분비물, 혈액 등과의 직접 접촉 및 감염된 침팬지, 고릴라, 과일박쥐 등 동물과의 접촉으로 이뤄진다.
또한 에볼라 환자 치료 중 장갑이나 마스크, 가운과 같은 개인보호장비 미착용으로 인한 의료진의 병원 내 감염도 있다. 2~21일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이 주요 임상 증상이며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 역시 병발된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출혈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는 가족 또는 의료진에서 이차 감염자가 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예방은 감염 의심환자 및 동물과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하는 서부 아프리카 등 해당지역과 국가를 당분간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유행 국가로부터 입국하는 사람은 3주 이내에 의심 소견이 나타날 시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 적절한 진단, 격리 또는 치료조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적으로는 유엔(UN)까지 나서 에볼라와의 국제적 전쟁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 上]은 행동계획 마련을 위한 정상회의와 총회 등을 잇따라 열어 에볼라 이슈에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했다.
반 총장은 “에볼라를 제대로 치료하고 예방하지 못하면 정치적 안보마저 흔들릴 것”이라면서 “지금의 사태는 보건상의 위기만이 아니라 에볼라 발생국에 경제적, 사회적, 인간적인 심각한 위기로 퍼져나갈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반기문 총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연합 등의 정상들과 의논해 피해국에 특별연구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물론 사태 완화를 위한 다각도의 지원안을 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만연한 가운데 감염된 미국인 의사와 자원봉사자가 지맵(ZMapp)이라는 실험단계 치료제를 긴급 투여 받고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삼 주목을 받았다.
지맵은 에볼라 확산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치료제 중 하나로 감염 원숭이 대상 시험에서 100% 치료 효과를 보여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인터넷판에 따르면 원숭이 18마리 가운데 3마리는 에볼라에 걸려 에볼라 증상을 보인지 3~5일 뒤 개발 단계에 있는 지맵을 투여 받고 완치됐다.
빈번한 신종전염병 유행…한국 대응 인프라 부족
전문가들은 국내에 에볼라가 유입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검역에 따른 유입 차단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신종전염병이 유행해 왔음에도 변변찮은 진단, 특수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문제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검사·진단할 제대로 된 실험실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나 미국 등에 검체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신종감염병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다양한 병독성 및 전파력을 가진 예기치 못한 신종감염병 출현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번 에볼라 유행을 계기로 해외 유입 신종감염병에 대한 항구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대비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내 슈퍼박테리아 감염 급증…‘항생제 개발’ 시동
병원내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늘고 있는 것도 바이러스 감염 공포의 또 다른 주범이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의 잦은 사용으로 내성이 생겨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아 인체 감염 시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세균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병원 내 슈퍼박테리아 감염 신고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2만2928건에서 2012년 4만4174건, 2013년 8만955건, 2014년 6월 말 현재 4만1883건으로 최근 4년간 감염건수가 급증했다.
올 상반기 신고된 ‘슈퍼박테리아 종류별 현황’을 살펴보면 총 4만1883건 중 MRSA가 2만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가 1만 2571건,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4548건, 다제내성녹농균(MRPA) 2429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111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과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슈퍼박테리아는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되지만 의료기기나 많은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 스스로가 매개체가 돼 옮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정부는 원내 감염을 감소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제약계에서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항생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최근에는 동아ST가 금년 8월 말 미국 FDA로부터 허가 받은 슈퍼박테리아 타깃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국내 출시를 위한 신약 허가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신약허가신청서는 시벡스트로의 미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실시한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약동학 및 내약성을 평가해 비교하는 가교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됐으며 2015년 상반기 신약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ST 관계자는 “날로 심각해지는 슈퍼박테리아의 위협 속에서 시벡스트로는 허가 시 우수한 내약성과 1일 1회 편리한 투약, 6일의 짧아진 치료 일수의 특장점으로 환자들의 편의성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별도 보상 등 전반적인 감염수가체계 개선 필요”
의료계 역시 의료관련 감염의 감소가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JCI 인증이 도입된 이후 병원 감염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개선은 두드러졌지만 수가체계 부재와 인증평가 보완,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투자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이혁민 총무이사는 “의료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별도의 수가보상체계가 필요하다”며 “불특정 다수를 위하는 감염관리 행위의 특성상 기존 행위별 수가제도 보다는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의한 지원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학회 이경원 회장도 “연간 65만건 정도의 병원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입원환자 18명당 1명 정도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충분한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감염관리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일부 평가 문항을 보완하거나 감염관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체계 등의 조사항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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