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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들이 모여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신랑감으로 신문쟁이의 순위가 직업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는 뜻이다(농담이지만 농부 광부들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실제로 신문사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매년 플러스 성장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신문 매출의 양대산맥인 구독자와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탓에 지난 7월 미국의 구인· 구직 정보 업체 ‘커리어 캐스트’가 선정 한 ‘10대 몰락 직종’ 가운데 신문기자는 우체부, 농부와 함께 상위권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렸다. 결혼은 커녕 직업이 존재 여부가 위태롭다는 뜻이다.
신문업의 부진은 신문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것이 결정타다. 사람들이 뉴스를 신문이 아니라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접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독특한 제작시스템 탓에 다음날 새벽부터 그날 오후까지 필연적인 속보 공백 상태를 맞는다.
이 공백을 인터넷(모바일 포함) 매체가 메우면서 신문의 속보성이 위협을 받았고 거기에 비례해 영향력이 위축된 것이다.
신문에 견줘 속보성을 가진 방송은 느긋했지만 요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의 주요 수입원은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다. 방송 광고는 신문 광고와 달리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드라마 한편이 뜨면 광고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인기드라마마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모바일(휴대폰 등으로)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효과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을 코드커터족이라고 부른다. 즉 텔레비전 코드를 잘라버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휴대폰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광고주들은 방송 프로그램보다는 유튜브같이 저렴하면서 광고효과가 높은 사이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터줏대감인 신문과 방송이 휘청거리면서 미디어 시장은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다. 상징적인 사건이 2013년 8월 미국의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넷기업인 아마존에 팔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불법 도청 혐의로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킨 권위있는 매체다(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일보나 한겨레가 네이버나 예스24에 팔린 셈이다).
하지만 이 신문사의 매매가는 고작 2억5000만 달러(우리돈 2600억원)였다. 이는 워싱턴포스트의 1년 영업이익 규모다. 워싱턴포스트가 이 정도니 다른 신문들은 어떻겠는가? 많은 신문사들이 폐간설에 시달리고 있고 방송사들의 인수합병도 진행중이다.
대신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미디어의 영향력은 트위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알파벳 140자의 짧은 글로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던 트위터는 속보성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예 뉴스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위터는 2010년 튀니지를 비롯해 아랍의 민주주의 운동인 재스민 혁명을 촉발시켰다. 결국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롯해 중동의 여러 명의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짧은 뉴스와 시각 뉴스 중심의 많은 모바일 매체가 생기고 있다. 이들은 기존 뉴스를 베끼거나 재편집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대형 미디어와 경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서카(Circa)와 버즈피드(BuzzFeed)다. 서카의 모든 뉴스는 60단어를 넘지 않는다. 서카의 모든 뉴스는 그래픽과 사진을 첨부하고 있다. 한마디로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즈피드는 가벼운 가십성 뉴스가 많은데 오히려 권위있는 언론들보다 인기도가 더 높다.
이런 변화는 미디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뉴스 생산자인 신문사와 방송국을 대체하는 흐름이 생겨나면서 뉴스 콘텐츠 생산자가 가진 영향력이 줄고 있다. 대신 뉴스는 가볍고 일상적인 뉴스로 대체되고 있다. 기존 관점에서 보면 뉴스라고 할 수가 없다. 한발 더나가 콘텐츠 소비자들이 아예 생산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모든 사람이 뉴스나 콘텐츠를 만드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디어 산업의 해체는 기존 기자들이 먹고 사는 일만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고 있다. 우리가 수십에서 수천년 동안 동안 가져온 생각의 틀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는 세상을 해석하고 읽어내는 프레임(틀)을 제공하는데 이 미디어가 재편되면서 프레임이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미디어는 한쪽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생산자가 만드는 시각이 수용자에게 그대로 투사됐다. 가령 ‘여성은 나약하다’든지, ‘흑인은 백인에 견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 같은 편견은 지금까지도 대중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수백년동안 지속돼온 이런 압력에 견줘 반박하는 힘은 적었다. 압력을 행하던 대표적인 미디어가 바로 헐리우드 영화다. 독재자들이 방송을 장악하려고 몸부림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용자의 힘이 생산자만큼 세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언론의 일방적인 ‘지도편달’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상당하다. 나꼼수, 뉴스타파 등을 비롯해 수많은 대안 언론들이 주류언론과 다른 시각의 프레임을 생산하며 맞서고 있다. 덕분에 ‘신문 방송=진리’라고 믿는 사람은 줄고 있다.
이런 미디어의 변화는 개인에게도 전혀 새로운 세상을 가져오고 있다. 비싼 방송장치나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없이도 자신의 컨텐츠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신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누구나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창조자가 될 수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과거와 달리 앨범이나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싸이처럼 싼티나는(cheesy) 춤을 아무 생각 없이 10분 이상 출 수 있다면 누구나 스타후보가 될 수 있다.
이런 콘텐츠 유통방식은 인쇄술 발명 이후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쿠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명으로 상위 1%가 독점했던 책이 대중화됐고 이후 서양에서는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사람들의 저술이 시민사회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문명의 변방이던 서양은 중국과 인도를 따돌리고 서구 중심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반대로 누구나 빠르게 망가질 수 있다. 단 며칠만에 논쟁적인 사건의 주인공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진다. ‘좋아요’나 ‘댓글’이라는 달디단 열매에 눈이 멀어 진실을 호도하다가 사법처리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이런 혼돈의 시기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싸이나 스티브 잡스형 인간이 되는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거에 미쳐야 한다. 두 사람은 모두 정규교육의 최고과정인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지금 받는 교육이 20년 뒤에 자신이나 자기 자식의 지위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바보거나 부자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살려면 미쳐야 하고 미치려면 자기가 가슴 뛰는 일이라는 마약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의 길은 묵묵히 정도를 따라 가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스스로 똑똑해지고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는 다소 갑갑해 보이는 이 방법이 오히려 돋보일 수 있다. 허튼소리나 장광설을 늘어놓기 보다는 ‘성실’ ‘믿음’같은 기존의 가치를 좇는 더딘 걸음이 오히려 박수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나는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맛있는 한그릇의 국수를 만들거나 단단하고 야무진 의자를 만드는 투박한 일들이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본다. 영리하지 않고 별 재주없는 나도 이 길을 걷고 싶다. 그러려면 좀더 단순하고 투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빛의 속도로 변화할 것을 강요받는 모바일 시대에 오히려 대지에 뿌리를 깊게 박으려는 농부나 순도 100%의 광맥을 밤낮없이 파내려가는 광부의 마음가짐도 괜찮지 않을까? 그들의 마디 굵은 손과 검은 얼굴, 흰 이를 닮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