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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정규학회를 국제학술대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수 학술상을 새로 제정하고, 공익캠페인을 진행하는 학회도 많아졌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10년 11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적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이 마련되자 제약협회, 의료기기협회는 공정경쟁규약 준수를 선언했다.
국제학술대회는 이와 별개로 자부담 비율 20%의 제한 없이 기부금 확대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부스 및 광고에 대한 단가도 국내 학회와 차등을 두고 있다.
국내 학술대회를 개최하면 제약사나 의료기기 후원금은 부스당 최대 300만원이지만, 국제학술대회는 무한대다. 또 개최 후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학회가 관리한다는 이점도 있다.
그 기준도 까다롭지 않다. 현재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의 필수 요건은 발표자, 좌장, 토론자가 아닌 청중으로 5개국 이상에서 보건의료전문가가 참석하거나, 회원 참가자 중 외국인이 150인 이상이고 2일 이상 진행해야 한다.
그러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가 급속히 늘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국내서 열린 국제학회는 300회를 넘어섰다.
난립되는 만큼 예상 참가국 및 외국인 수가 실제와 불일치되는 현상도 많아졌다. 한 예로 서류상 평균 8개국 105명의 참가로 신청했지만 실제 참가인원은 75명에 불과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대한의학회에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를 신청한 30개 대회의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국내 춘‧추계학회 형식의 한 행사는 5개국에서 15명이 방문하는데 그쳤다.
학술상을 새로 제정하거나 대상을 늘리는 학회들도 많아졌다. 회원이 200명에 불과한 한 학회는 학술대회마다 20여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익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연구비를 지원받는 곳도 늘었다. 임상진료지침 개발, 학술지 발간, 환자등록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제약사 및 의료기기사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중처분' 등 기준 강화…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심사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정부는 그 기준을 까다롭게 바꿀 전망이다.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기준이 상향되고, 학회 자부담 비율 역시 현행 20%에서 30%로 높아진다. 학술상은 SCI급 학술지 게재된 것만 수여할 수 있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배상철 대학의학회 학술진흥이사(한양의대)는 27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제13기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공정경쟁규약과 학회 운영’을 주제로 현안발표를 가졌다.
그는 최근 크게 늘어난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학술상 제정과 함께 공익캠페인, 연구비지원, 임상진료지침의 기부에 대한 규정을 설명했다. 또 정부의 리베이트 제재 강화 방향을 전달했다.
발표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리베이트 제재는 수수자 행정처분 기준을 수수액과 연동하고 적발횟수에 따른 가중처분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리베이트 적발된 제공자가 재위반시 가중처분 적용기간을 연장하고 마케팅회사, 광고대행사 등 제3자를 이용한 편법 리베이트 조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고, 수수자에 대한 정부 연구지원 과제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외에도 상급종합병원 지정, 전공의 정원 배정, 건강보험 인센티브 제공, 중증외상센터 등 재정지원 대상 선정 등에서 배제 또는 감점도 고려 중이다.
공정경쟁규약과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국내학술대회 학회 자부담 비율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된다. 국제학회의 경우 기준에 미달될 경우 아예 모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배상철 이사는 “어떤 학회는 1년에 2번 이상 국제학회를 열기도 한다. 단순히 지원금 및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제학회를 여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공익캠페인·임상지침개발 등 제재…"유연성 발휘·노력 보여야"
달라진 기준에 따라 학술상은 SCI급 학술지 게재를 원칙으로 했다. 특히 전체학술상 기부금에서 상금을 제외한 호텔 등 시상식 개최장소, 심사비, 부대비용 비중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다.
레지던트의 해외 연수금 지원도 내년부터는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배 이사는 “2010년 이전 제정된 학술상은 그대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지만 2010년 이후 학술상은 성격, 상금액, 심사비 등의 개별 항목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캠페인의 경우, 목적과 방법 등을 검토해 학회 역할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5천만원까지만 지원되지만 일반적으로 지원 승인율은 높지 않다. 연구비 지원은 개별 회사와 연구용역 계약에 따른 추진을 권고하고 있다.
배상철 이사는 “임상진료지침 개발, 학술지 발간, 환자등록사업 등 학회에서 주관하는 사업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어 기부 및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구 대한의학회 부회장(연세의대)은 “별 것 아닌데도 잘 모르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삭감되는 사례가 많다. 몇 차례 걸리다보면 괘씸죄까지 적용되기도 한다”면서 세심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공로상의 경우 현재 불가하다. 학회 자체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상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면서 “하지만 꼭 드려야 한다면 상(賞)의 의미는 그대로 두고 명칭만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배상철 이사는 “현재의 공정경쟁규약은 많은 분들이 노력해준 결과 어느정도의 학술활동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며 “상식적인 선에서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