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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임의 수련이 ‘허상’을 쫓고 있다. 상당수 전임의가 수련 목표와 내용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않은 채 과정을 마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의대 양은배(의학교육학), 이승구(영상의학) 교수는 지난 28일 열린 대한의학회 제13기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우리나라 전임의 수련 현황 조사 결과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 소재 6개 수련병원 전임의 512명이 참여했으며 수련병원 46곳, 학회 80곳이 설문에 응답했다.
의료서비스 세분화와 전문 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 추가 수련 및 교육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 경향에 따라 학회와 수련기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의 이후 추가 수련은 교육, 의료서비스 형태, 인적자원 개발 등 다양한 측면과 연계돼 있다.
전임의 수련은 환자 요구와 의료계의 자율적 의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 스스로 발전적 방안을 수립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전임의 수련이 아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임의 수련 목표와 내용 인지(認知) 여부에 대해 ‘기관 차원의 명문화된 수련 목표를 제공받았다’는 35.3%에 그쳤다.
‘기관 차원의 명문화된 수련 목표를 받지는 못했으나 수련 목표가 있는 것으로 안다’(36.9%), ‘수련 목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25.7%), ‘수련 목표가 없다’(9%) 순이었다.
수련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전공과목별 수련 목표와 내용을 명문화하고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32.4%였다.
‘전공과목별로 명문화돼 있으나,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지 않다’(32.4%), ‘명문화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8.1%)가 뒤를 이었다. 아예 명문화하고 있지 않은 곳은 27%였다.
"전공의 주 80시간 명문화 후 전임의와 업무 분장 명확하지 않는 추세 심화"
특히 전공의와 전임의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고, 행정 등 기타 업무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현상은 전공의 80시간 근무 제도 시행 이후 심화되고 있다.
또한 ‘서울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는 전임의 수련 경로를 고등학교, 의대, 수련병원 소재지가 파악됐다.
3곳 다 서울이라는 응답자가 111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 중 지방의대 졸업 후 다시 서울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응답자는 36명이었다.
양은배 교수는 “물론 서울에 의대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소위 Big 5로 불리는 곳이 처우가 그나마 낫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전임의 가장 큰 고민 "수련 후 진로 방향"
전임의를 하게 된 이유는 ‘세부 전문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34.3%로 가장 높았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라는 응답이 31.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또 다른 이유로는 ‘취직이나 개원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14.8%), ‘전공의 과정에서 지식, 술기 습득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11.2%),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서’(7.4%)가 손꼽혔다.
이승구 교수는 “본인 발전을 위해 전임의 수련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다수였다”며 “이에 따라 ‘어떤 의사가 돼야 하는가’와 같은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수련 목표 설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의 연계 전공의 수련 교육 개선 계획을 갖고 있는 학회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15곳 중 1곳만이 개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전임의 수련이 표준화되지 않아 전공의 수련과 연계하기 어렵고, 전임의 수련 목표와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해야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내세워졌다.
이승구 교수는 “미래 수요를 예측해 전임의 수련 기관 및 인력 수요를 조정해야 한다”며 “병원 의료인력 충당에 무게가 실려 본인의 수련과 발전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임의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수련 이후 진로는 불안해하고 있다”며 “수련기관, 학회, 의학회가 전임의 질 관리 체계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