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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은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새로운 신념의 가치관으로 지속적인 변화·혁신을 추진하는 '동화대혁신'을 이룩하자." 2014/9/29 윤도준 회장 창립 117주년 기념사 발췌
동화약품이 벼랑 끝에 몰렸다. 의대 교수 출신 오너 경영인 윤도준 회장은 일반약 포트폴리오에 치우쳐 매출이 급감한 회사 경영구조 개편에 어려움이 가중됐고 사상 최대규모의 50억원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100년간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급추락했다.
광고대행사(CSO)를 이용한 신종 리베이트 적발은 지난 117년 기념식에서 외친 윤도준 회장의 '동화약품 대혁신'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방증시켰다.
동화약품은 연평균 전문약 매출 800~900억원 중 5%에 해당하는 돈을 불법 리베이트 자금으로 의사에 지급했다. 처방 증진용 자금 조달에는 영업사원들이 개인 영수증을 모아 회의비나 식대 명목으로 허위 정산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1910년 한일합병 당시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손을 맞잡고 항일 운동에 앞장서는 등 117년 역사를 이어 온 애국 제약사였다.
1897년 창업 이후 한국 최초 양약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해 '생명을 살리는 물'의 철학을 통해 동화약품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을 받들고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시인하겠다'는 동화약품의 100년 기업철학은 '50억원 의약품 뇌물비리'라는 리베이트 검찰 수사결과 앞에 빛이 바랬다.
동화약품 창업자이자 부친인 윤광열 명예회장의 사업을 이어 받은 윤도준 회장은 동화약품 역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OTC 치중·ETC 외면 경영전략이 초래한 '불법 리베이트'
동화약품이 사상 최대 규모 리베이트 제약사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면서 경희의대 출신 윤도준 회장[사진]은 경영능력 재검증 시험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동화약품은 한때 국내 제약계 1~2위 자리를 다툴만큼 국민 신뢰가 높은 기업이었다. 활명수, 후시딘, 판콜 등 이름만으로도 동화의 상징인 빨간부채가 연상되는 스테디셀러 일반의약품(OTC)를 탄생시키며 매출 신장을 이어 갔다.
그러나 2005년 경영권 승계로 기업 전면에 나선 윤도준 회장은 의약품 시장의 급변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신과 교수 출신으로 경영 승계 당시 ETC 분야 약점을 보완, 동화의 재기를 꿈꾸며 정신신경계(CNS) 약물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전문팀 개설 등 ETC 조직 전면 개편에 나섰다.
ETC 조직을 클리닉 2팀으로 세분화하고 종합병원 정신과 전담팀인 CNS 비즈니스 유닛을 발족한 것 등이 그 노력이다.
하지만 늦은 체제전환 탓이었을까? 시장 내 동화약품 입지는 좀처럼 확장되지 못했다. 동화약품의 2013년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2202억원, 영업이익은 79.4% 감소한 21억원으로 집계됐다.
ETC 사업 활성화에 집중했지만 이미 OTC 중심으로 굳어진 매출구조를 조직 개편만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ETC 조직 개편 후 성과 도출 실패 외에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향상도 회사가 간과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동화약품은 작년 매출에서 OTC 비중은 54%이지만 ETC는 34.2%에 불과해 국내 제약기업 ETC 매출순위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OTC 사업 확장 및 강화에 치중해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상위제약사들이 수년 전부터 역량 개발에 나섰던 전문의약품(ETC) 분야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면서 더 이상의 매출 동력을 창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1582억원이었던 동화약품 매출은 지난해 2202억원으로 39%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05년 147억원에서 2013년 21억원으로 80% 넘게 급락했다.
전문약 입지 확장에 실패한 해결책으로 신약 R&D를 택하기 보다는 무리하게 전문약 영업에 나섰던 것이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이어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제약계 인사는 "동화약품의 ETC 부진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필수인 R&D투자가 크게 부족했고 이는 결국 실적 하락으로 연결되는 등 예상 가능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행정처분·혁신형 제약기업 등 향후 어려움 산적
5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규모 리베이트 액수는 의대 교수 약력을 지닌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조사결과 동화약품은 지난 2010년부터 2년 간 900억원에 달하는 전문의약품을 팔았다. 이는 동화의 총 매출액인 22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액수다.
전국 1000여명 의사들의 월세 대납 및 명품 지갑, 골프채, 상품권, 현금 리베이트에 쓰인 50억원의 유통 출처를 대표가 모를리 만무하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동화약품 리베이트 꼬리는 결국 공정위와 검찰의 칼 날을 피할 수 없게 됐고 50억원대 뇌물비리가 드러나면서 의약품 처방률 하락은 물론 복지부 행정처분마저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12년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는 동화약품은 리베이트로 혁신기업 타이틀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의약품 처방 하락, 의사 기피현상, 혁신형제약기업 타이틀 반환이라는 삼중고를 한 번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1000여명 의사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향후 일선 의사들이 주체가 된 행정취소 법정소송도 예고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화이자 영업·마케팅 총괄 전무 출신으로 회사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숭래 대표이사가 향후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제약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어쨌든 한국 제약사의 산 증인이다. 일제시대 항일 독립운동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시대적 흐름에 잠시 처져 오류가 있었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서 100년 전통의 이미지를 살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