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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금년 대학입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물먹었다.”(물수능!)는 수험생들의 한숨 속에서, 각종 대입 전문기관들이 배포한 대학 배치표 상단은 모두 ‘의예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 대 후반에는 ‘의예과’는 ‘물리학과’ 혹은 ‘전자공학과’ 등의 이공계 학과와 함께 인기가 좋은 과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1990년 후반 IMF 파동으로 ‘신자유주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몰려들면서 최고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든 대학의 ‘의예과’에 몰리기 시작하였고,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학․석사통합과정 포함)에서는 수능 0.00%의 수재가 입학함을 자랑스러워한다. 물론 의과대학 교수로서 성적이 좋아 우수함이 인정된 학생들이 ‘의예과’에 입학하는 현상이 반가울 수 있으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최고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입학한지 20년이 지났는데, 과거에 비해 우수한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증거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하여 보았다.
첫 번째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했는데 교육을 잘 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즉, '입학한 학생들이 워낙 우수하니까 혼자서 공부를 잘 하리라 생각하고 의과대학 교수들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는 가설이다.
대부분의 의대교수들은 교육 보다는 진료와 연구에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일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의대교수들 대부분이 교육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가설을 일반화시키기에는 곤란해 보인다.
두 번째는 내신과 수능시험 등 대학입시를 위한 여러 지표들이 좋은 의사가 될 소질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유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상당수(여러 대학의) 의예과 입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고전, 역사, 철학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기초상식이 매우 부족한 사실을 종종 확인하면서 필자는 이 가설을 심각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즉, '입시정책에 기민하게 적응해서 점수를 잘 관리했고 점수와 관계가 없는 분야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점수채집기계’가 됨으로써 대학입시에 성공을 하지 않았나?'는 의심이 점점 쌓였던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입시는 봉사활동 까지 점수로 환산한 ‘점수채집기계’들을 선발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며, 전인적 인격을 지니고 좋은 의사가 될 후보자들을 탈락시키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라면 너무 심한 말일까? 필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입학하는 신입생은 의사로서의 덕목(professionalism)을 지킬만한 자질을 지녀야 하며 그 자질은 시험점수 이상으로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여 환자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줌에 있다. 그런데 의사가 의학지식을 단순히 환자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여서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같은 질병이라도 인격체인 환자에게 표현되는 고통과 반응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story) 중에서 병과 관계되는 역사(history)를 찾아내어 표준화된 병력(disease history)으로 구성함이 진료의 기본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를 시행하여 의심되는 병을 예측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 후 계획을 설정하여 치료를 수행하는 진료과정을 밟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진료과정은 현상의 탐색(search)을 여러 단계로 수행해서 가설을 설정하고 이론을 구성하는 연구(research)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즉, 의사가 진료하는 과정은 환자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증세를 의학지식을 활용하여 탐색하고 원인이 되는 질환을 파악한 후 치료지침을 설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원인을 탐색하여 연구 후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료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잘 해석하여 원인을 파악 후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도움을 제공하는 지식의 함양이 당연히 중요하다. 즉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그의 해결책을 모색할 이론적 지식이 없다면 현상에 대한 해석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대하여 끊임없이 공부를 하여야 하며, 이는 자기학습을 기본으로 한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내용은 환자에게도 환자 눈높이에 맞추어 잘 전달, 소통되고 질병을 극복하기 위하여 환자와 같이 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대학입시’ 제도가 의사의 덕목(professionalism)을 지킬 자질을 지닌 인재를 잘 선발하고 있는지 고민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학․석사통합과정 포함)의 교육과정이 의사의 덕목(professionalism)을 연마할 수 있도록 잘 구성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의사로서 활동할 도구적 지식을 대부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도구를 올바로 활용할 기본적 소양을 지닌 신입생의 선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점수 경쟁의 최고점에 오른 지원자들 능력은 분명히 가상하나, 인격체인 환자의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한 진료에 임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자, 교육자, 그리고 동반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는 시험점수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