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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가 유도분만 방식과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산부의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의료 과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병원에서 자녀를 출산한 뒤 사망한 산모의 유가족과 의사 간의 긴 법정 다툼이 최근 마무리됐다.
최근 대법원 제3부(대법관 박보영)은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의사가 이씨 남편에게 1285만여원, 자녀 2명에게 각각 857만여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2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2009년 12월 이 모씨(당시 34세)는 서울 노원구 Q산부인과의원에서 유도분만으로 3.76kg의 남자아이를 출산했으나 이후 과다출혈 등으로 숨을 거뒀다.
출산 전 주치의 A씨는 이 씨에게 “태아가 정상보다 커 난산이 예상된다”고 설명한 뒤 유도분만을 결정했다. 이후 출산일에 산모에게 분만유도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해 아이를 분만했다.
그러나 산모 출혈은 심해졌다. 이에 의사 A씨는 혈액량 확장제를 투여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떨어진 혈압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의사 A씨는 환자 이 씨를 고대안암병원 응급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씨는 구급차로 이동 중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도착할 당시 혈압조차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병원은 이 씨에게 자궁적출수술을 진행했으나 심정지가 발생했고 이 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된 뒤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사망했다.
이에 이씨 남편과 자녀는 의사 A씨와 병원 공동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의사에게 ‘유도분만을 시행한 과실’, ‘산후출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 ‘전원 과정에서의 과실’, ‘설명 의무 위반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1년 1심 재판부는 유가족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1년 후 항소심에서는 의사 과실에 대한 일부 주장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의사 A씨의 설명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옥시토신을 사용해 유도분만을 시행할 경우 그 부작용으로 ‘이완성 자궁출혈’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산모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옥시토신에 대한 자궁근 반응은 사람에 따라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소량이라도 과도한 자궁수축이 일어날 수 있고, 그 경우 옥시토신 투여를 즉시 중지하도록 권고한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의사 A씨가 옥시토신을 투여해 유도분만을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산모의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도분만이 필요한 상태라는 의료진의 판단은 현 의료수준에 비춰볼 때 인정할만 하고, 유도분만 시행 과정에서 의사의 의료 상 과실을 찾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전체 손해배상을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이씨 남편에게 1285만여원, 자녀 2명에게 각각 857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유가족과 의사 모두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가 옥시토신 투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모가 유도분만 방법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