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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슴 먹먹한 한해였다. ‘4·16 참사’로 기록된 세월호 사건은 어마무시한 충격을 던지며 우리사회를 패닉에 빠뜨렸다. 이후 드러난 비리사슬과 민관유착의 실체에 여론은 공분했고, 정부는 성난 민심 달래기에 급급했다. 당시 진도 팽목항은 생이별의 지옥이었다. 유가족의 통곡은 사리물 밤바다를 적셨다. 흰가운의 의사들은 오열 끝에 실신한 유가족과 아비규환을 목도한 생존자의 곁을 지키며 슬픔을 나눴다. 당연한 본분이었기에 공치사는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 만해도 향후 자신들에게 펼쳐질 참담한 미래를 예견한 의사는 많지 않았다. 암울한 국운(國運) 탓이었을까? 2014년, 의료계 역시 무척이나 힘에 부친 한해였다.
醫 14년만의 집단휴진
3월 10일.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4년 만에 집단휴진을 단행했다. 원격의료 반대, 의료영리화 저지, 건강보험제도 개선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집단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는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한다며 의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 역시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집단휴진의 파급력은 미미했다. 의협이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에 육박하는 회원이 총파업에 찬성했지만 실제 휴진율은 20%대에 그쳤다.
전공의 7200명이 파업에 참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파급력은 의약분업 당시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회의적 평가가 잇따랐다.
10만 의사의 동참을 이끌어 낼 만큼의 명분도, 구심점도 없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14년 만의 의사 집단휴진은 그렇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막을 내렸다.
‘사상초유’ 대한의사협회장 탄핵
4월 19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탄핵됐다. 직선투표에서 58.7%의 압도적 지지율로 이촌동에 입성한지 2년 남짓 된 시점이었다.
‘강성’이라는 이미지답게 노환규 회장은 취임 초부터 강력한 추진력으로 의료개혁을 주도했다. 대정부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고,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독단적 회무 운영이 문제였다. 포괄수가제, 토요휴진 등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번번히 대의원회와 갈등을 형성했고,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노환규 회장은 자신의 회무 스타일에 비토를 놓는 대의원회와 정면으로 맞섰다. 급기야 노 회장이 ‘대의원회 해산’ 카드를 꺼냈고, 대의원들은 사상 첫 회장 탄핵을 가결시켰다.
노 회장은 불복해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법원 역시 대의원회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받은 경우 회장 출마가 불가능 해지면서 재기의 꿈도 포기해야 했다.
방황 끝낸 관동의대, 여전한 서남의대
6월 30일. 부속병원 문제로 폐과 위기까지 몰렸던 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이 기사회생했다. 구원투수는 의과대학이 절실했던 인천가톨릭학원이었다.
교육부는 이날 인천가톨릭학원의 관동대학교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는 국제성모병원을 지정했다.
이로써 관동의대는 십 수년 간 지속됐던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했고, 인천가톨릭학원은 숙원 사업이던 의과대학을 얻었다. 교명은 양측의 정체성을 존중해 ‘가톨릭 관동대학교’로 정했다.
반면 서남의대는 교육부의 폐과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행정처분 취소 판결을 이끌어 내며 내년에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부실교육 논란으로 서러움을 받았던 관동의대 학생들은 새둥지에서 안정을 되찾았지만 서남의대 학생들은 여전히 소용돌이 속에 남겨졌다.
수술실 습격사건, 무소불위 공권력
8월. 서울 강남의 A이비인후과의원에 20여 명의 수사인력이 들이닥쳤다. A의원이 수술을 하지도 않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수술실까지 진입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소독도 하지 않은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와 조사를 진행했고, 수술 받던 환자는 10분 여 동안 방치됐다.
이 사건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공분했다. 특히 수사인력 대부분이 민간보험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며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공권력의 횡포”라며 문제가 된 보험사를 찾아가 규탄 집회를 열었고, 경찰과 보험사, 건보공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술실 습격사건은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호되게 질책했고 정부는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병원계 지축 뒤흔든 ‘3대 비급여’
8월 1일, 9월 1일. 한 달 간격으로 병원계의 지축이 흔들렸다. 일명 ‘3대 비급여 비극’으로 불리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개선에 병원계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방침상 선택진료비의 경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17년 완전 제도가 폐지되고 상급병실료는 내년까지 일반병실을 7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로 인한 병원계 손실액은 선택진료비 1조5400억원, 상급병실료 2069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보전방안을 내놨다. 고도 수술·처치·기능검사 수가인상과 중증환자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수가도 신설했다. 상급병실료의 경우에도 4·5인실 수가 인상 및 특수병상 수가 인상 등의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병원계는 손실 적정보전이 미흡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정부와 병원계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도 개편 효과 모니터링 방안과 내년도 추진 계획을 논의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