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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과 보편적 삶
인하대병원 변호사 윤동빈
[ 2014년 12월 28일 20시 00분 ]

미생이 화두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까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종영했다. 대중들은 깊은 공감을 표했고 각종 매체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의 많은 주제가 미생에 관한 것들이다. 아마도 보편적 삶에서 오는 통찰,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주는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에 힘입은 것이리라.

 

보편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음”이다. 누구나 겪는 것이며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에게 우리는 “보편”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건강과 생명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이 보편적인 것이다.

 

사회적 명예나 물질적인 부가 아무리 높고 많다 한들, 건강과 생명이라는 본질적이고 보편적 가치보다 위에 설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즈음 장기간의 경기 불황으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보편적인 것이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균열이 생기고 위기가 닥친다.

 

의료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위기가 다가왔다. 올해 내과 전공의 모집에서 사상 처음 지원자가 미달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간략한 통계적 사실이 의료계의 당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가로 꽉 묶여져 있는 구조 하에서 의료 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렵고, 병원이 스스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봐도 의료업은 각종 규제에 막혀 있다.

 

단편적인 예로 의료광고의 제한 및 환자 유인행위 금지 등과 같은 엄격한 규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마케팅을 통한 수익 추구라는 본질적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라는 대전제 아래 투자 유인을 발생시키기도 어렵다. 의료업의 특성상 규제의 목적에는 공감하더라도, 일률적이고 일괄적인 규제가 활동 반경을 제약하는 것은 사실이다.

 

진료 외적인 부분에서 이익을 추구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미흡하다. 2014년 한해 정부는 진료 외적인 영역에서 병원의 경영환경을 개선시키고자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다수 병원이 처한 경영 환경 악화를 타개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해외환자 유치 등 장기적 관점에서 타당한 정책일 수는 있겠으나 당면한 위기를 직접 타개하기에는 와닿지 않으며,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헬스케어 산업이 블루오션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구체화된 모습을 띠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 병원들은 경영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경영 환경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헬스케어 산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무리다.

 

경기 불황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와 진료 수익을 실현하지 못해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한 병원. 결국 각자가 미생이다. 병원의 이익 추구와 실질적 의미에서의 전국민 보편적 의료보장체계가 조화되는 모습은 다다를 수 없는 완생일까. 2015년 새해에는 환자와 병원 모두 완생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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