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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네이버 검색창에 ‘땅콩‘이라는 단어를 치면 자동완성 첫 번째 항목으로 ‘땅콩리턴’이 제시된다. 대한항공의 땅콩리턴 사건은 세간에 하도 많이 회자돼 이젠 고유명사가 된 듯하다.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의 이야기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며 함께 분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전공의 관련 민원을 다루다보면 땅콩리턴의 사례와 비슷한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돼서 ‘갑’의 횡포라는 문제에 있어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의료계에는 여전히 폭언, 폭행을 서슴없이 행사하는 ‘땅콩교수’들이 남아 있다. 대한항공이 그랬듯 ‘땅콩교수’들 역시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하나같이 발뺌을 하거나 적반하장을 시도한다.
또한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을 동원해 문제를 제기한 전공의에게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사과를 한다 해놓고 받고 보면 기실은 사과가 아닌 경우도 많다.
가혹행위를 정당화 하는 핑계도 비슷해서,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 주된 변명이다. 대한항공 ‘오너가의 따님’ 역시 처음엔 승객들을 위해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 하고 임의대로 비행기를 회항시켜 승객들에게 불안감과 불편감만 주었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폭언 폭행은 일부 경우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좀 더 구조적인 ‘갑’의 횡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80시간으로 단축시키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지만 대전협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병원에서 근무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작성된 이중의 수련형황표를 만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가능한 촘촘하게 짜놓는 반면 월급은 엉성하게 챙겨준다.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소송을 통해 법이 보장하는 초과근로수당의 일부를 지급받았다. 법원은 전공의가 피교육자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근로자로서의 지위 역시 인정되어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이 그러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수많은 전공의들이 부당한 임금을 받아 왔고 지금도 받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만 보며 체력의 한계점까지 일을 시키는 것은 결국 환자들에게 위해가 된다고 이야기해도 병원들은 경영이 힘들어 달리 방법이 없다고만 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정부 역시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공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보면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땅콩항공’에 탑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비용대비 효과성과 안전성의 문제로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정부는 지금도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기존의 의료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엉뚱한 항로로 방향을 ‘리턴’하고 있는 샘이다. 비단 원격의료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영리자법인을 허용하고 민간 보험회사들이 주도하는 건강관리회사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 근간이 뒤집어질 정책들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재한 채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의사들이 14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부는 항로를 바로잡지 않았다. 환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의료계의 항로를 돌리려고 하는 정부에게서 우리는 ‘갑’의 횡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오너가의 따님’도 진실을 마주한 국민들의 공분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는 것을 정부는 이제 알아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