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무름 없이 이어질 그의 따뜻한 당부
- 편지를 보내다
“OOO님께서 2044년 12월 29일에 도착할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변치 않는 마음이라도 시간의 장벽을 해결하지 못한다. 당장 고마운 지인이나 가족,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 마음을 전할 수 있지만 20년 후, 30년 후를 상상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할 순 없기 때문이다. 데일리메디는 2015년 을미년 (乙未年)을 맞아 미래의 나 혹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공간을 마련했다. 더욱이 신년은 무언가를 다짐하거나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에 알맞은 시점이다. [편집자]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박국양 학장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순간부터 공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는 말 외에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서약 내용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의 의사서약문을 보면 ‘너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 해도 환자에게 헌신하여라’, ‘생각만으로도 환자에게 해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편찬된 의방유취에 '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의학원리에 대해 널리 보고 깊이 연구해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아라' '환자에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발휘해 사람을 고통에서 구원한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지요. 모두가 의사로서의 기본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것으로 21세기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금언입니다.
이러한 의학의 대선배인 히포크라테스의 인술이 21세기인 지금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 또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들 마음속에 얼마나 자리잡고 있을까요.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400명이 넘는 의대생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선서를 하지만 정작 의사로서 평생 이를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의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세상이 물질주의로 바뀌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기적인 풍토가 경쟁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내 것을 챙기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의료인만큼은 마지막으로 인술의 사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의대 입시 면접에서 여러분들이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학자가 돼 노벨상에 도전하겠다’, ‘소위 바이탈사인(vital sign:혈압·맥박·호흡수·체온을 말함)을 잡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겠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병을 정복하겠다’, ‘환자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의사가 되겠다’ 등.
그렇게 약속했던 당신들이 왜 의대 졸업 후에는 가장 생명과 직결되고 낮이나 밤이나 환자 곁에 있어야 하는 흉부외과에는 지원자가 없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올해도 흉부외과 지원율은 최하위로 20~30년 후면 여러분 자신과 자녀들의 심장수술은 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 의사들에게 맡겨야 될지도 모를 정도로 흉부외과 의사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어디 흉부외과뿐인가요. 당직이 많고 수술이 힘든 모든 과는 소위 전공의 ‘기피과’가 돼가고 있으니 입학 당시 여러분들의 그 때 그 맹세는 다 거짓말이었단 말입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는 유능한 의과학자인 당신들의 머리에 의지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공인이며 24시간 환자용이며 여러분의 전화는 환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그러한 여러분을 보고 박수를 보낼 것이며 진정한 의술에 감동할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에게는 그래도 병상을 지키는 의사들이 있구나’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의과대학생들이여, 히포크라테스의 소명으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전국의과대학학생협의회 회장 함현석
20년 후 나에게 보내는 글
20년 전 그 모습이 기억이 날지 모르겠구나.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했고 역동적이었고 꿈에 부풀은 오늘들이 분명 인생의 황금기에 다다른 40대의 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리라 난 믿어 의심치 않아.
20년 뒤 너를 만든 것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지금의 내가 알고 있듯, 너도 잘 아리라 생각해. 조금도 자만하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을 현재의 어린 내가 응원한다.
수 십 년 후 미래를 마치 내일의 일인 것 마냥 바라보고 사는 지금의 나처럼 그 때의 너 역시 과거를 돌아보는 지혜가 함께하기를.
그리고 그 시절 너를 도와준 수많은 손길과 따스한 마음들에게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마지막으로 지나간 일에 너무 아쉬워하지말고 후회하지말고 당장의 너에 더욱 집중하는 사람으로, 미래를 멀리 내다보며 또다시 20년 뒤를 생각할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매 순간 20년 뒤의 나에게 이 말을 되새길 지금의 내가 보냄.
연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전우택 교수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20년 전, 그 본과 시절에 알았더라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20년 전, 그 본과 시절에 알았더라면 더 치열하게 시간을 보내었으리라. 학생회 활동을 더 열심히 하였으리라 동아리 활동도 더 열심히 하였으리라 더 많은 선후배들과 인생을 논하였으리라 가을 축제 분극의 밤에 더 여러 번 참석하였으리라.
아무리 동아리 활동 등 다른 활동들을 많이 하여도, 다른 불필요한 일들을 잘 조절한다면, 시험 공부를 할 시간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였으리라.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시던, 그러나 지금은 은퇴하신 교수님들과 더 인간적이고 의미 있는 만남을 많이 가졌으리라 그래서 그 분들의 지혜와 지식에서 더 많은 보물을 찾아냈으리라.
외국에 여행 갈 기회가 있다면 결코 놓치지 아니하였으리라. 어차피 공부가 되지 않는 시간에 어리석게 책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았으리라. 더 철저히 매일 일기를 썼으리라.
마음이 늘 학교 성적에 얽매여는 있으나 성적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 순간 과감하고 한량없이 자유로워졌으리라.
내가 읽을 대부분의 책은 그 본과 시절에 읽은 것임을 알고 더 열심히 읽었으리라. 결국 나중에 결혼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할지라도 나의 삶을 찬란하고 풍성히 만들어 주었던 그 이성의 친구들에게 좀 더 따뜻한 배려를 하여 주었으리라.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지내었으리라. 바쁜 의대생 자식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조금은 더하였으리라. 의대생으로서의 나의 어려움과 고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그리 많이 실망하지는 않았으리라.
결국 6년의 의과대학 시계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알았으리라. 그리고 그 시간이 우리의 예상이나 기대만큼 결코 그리 길지 않음을 예측하였으리라.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에 가득찬 이 의대의 기간이 실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찬란한 기간이며, 이 기간동안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완성된다는 것을.
내가 20년 전 알았더라면, 그리고 20년 후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을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다른 의대본과 4년간을 보내었으리라.
20년 전에 이것들을 알았더라면.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다시 20년 뒤에 나는 오늘을 기억하면서 다시 그 후 지나간 20년에 대한 이야기도 이와 같이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의 삶이라는 것을.
(전우택 교수가 지난 2001년 개인 SNS에 작성한 이 글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아직 이 글을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 우리 의료계의 미래를 짊어질 의대생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전 교수의 동의 하에 본 기사에 담게 됐습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전해명 원장
To. 2025 의정부성모병원
권역별 응급의료센타, 권역외상센타, 차세대 소아 응급센타 등의 활성화를 통한 최선의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과 지역 치매센타 건립 및 노인 의료의 효율성 및 최적화의 두 영역 브랜드 구축을 통한 병원 진료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를 바탕으로 약 1000병상의 3차 병원으로서의 외형적인 확장 뿐 아니라 경기 북부의 양질의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통하여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의정부 성모병원이 되어 있기를 희망합니다.
진료적인 면 과 더불어 가톨릭병원으로서 지역사회에 활발한 기여와 공공적인 사업을 훌륭히 완수하여 실제로 경기북부 지역민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지역 밀착형 대학 종합병원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2015년도부터 시작된 개성공업지구의 응급진료가 남 북간의 화해와 상생의 모색을 통해 활발히 투자되고 활성화되어 의정부 성모병원의 또 다른 미션인 약 150병상의 규모로 이루어진 개성 성모병원을 개원하여 개성 공업지구에 근무하는 남 북 근로자 뿐 아니라 개성인근 지역 주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병원으로 거듭나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의정부성모병원에 소속되어 근무하시는 교직원모두가 병원을 통하여 각자가 가진 꿈을 실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서로가 격려와 희망을 나누는 행복한 직장으로서의 의정부병원성모병원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 때 나는 은퇴해서 편안히 의정부 성모에서 각종 노인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으며 여생을 지내고 있겠지만 항상 병원의 발전을 기원하며 있겠지요.
남홍우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
10년 후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님께 전하는 편지
안녕하세요? 남홍우입니다. 기조실장으로 일한 2014년 한해 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상징인 공공의료라는 정체성을 지키려면 공익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어려움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조실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의 뿌리는 ‘착한 병원’에서 출발했습니다.
6․25전쟁 시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인도적인 지원으로 설립한 국립중앙의료원은 반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익보다 환자를 우선 생각하고 치료하는 공공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에 잡히지 않는 ‘착한 적자’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즉, 공익적 역할 수행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손실 때문에 늘 재정을 살피고 관리해야 하는 기조실장님의 역할은 중요하면서도 무겁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착한 적자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법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기조실장님이 충분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마련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는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NMC에 입사한 지 어느덧 15여 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번 한 해 저는 기조실장으로서 보람되면서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한 명의 의사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혹여 말벗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거든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주세요. 항상 기조실장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민정혜·정숙경·허지윤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