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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
최근 급변하는 의료환경과 정부정책에 따라 각 학회의 활동 중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발간 등 학술연구 발전은 뒷전이 됐다. 의료계 전반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보건의료정책에 따라 각 진료과와 질환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회 관계자는 “제도권 내에선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각 진료과 및 분야별로 나눠 갖는 구조로 바뀌면서 학회들은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만을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게 됐다. 기댈 곳은 학회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벌써 적지 않은 사안들에 학회가 적극 나서고 있다.
‘선택진료비·DRG’ 등 진료과별 엇갈린 운명
현 정부 출범 후 의료계를 흔든 가장 큰 이슈는 단연 3대 비급여 개선이다. 이 중 먼저 실시된 선택진료비는 전체 규모를 100이라고 봤을 때 65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병원계가 입는 손해를 5468억원으로 추계, 미리 예고했던 것처럼 손해의 대부분을 의료계에 환원시켜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수가인상 대상 행위 1500여개를 선정했다. 지난 6월 26개 주요 학회는 이 행위 목록을 받았고 내과계는 패닉에 빠졌다. 1500개 행위 대부분이 외과(외과계)에 집중, 선택진료비 보상액 역시 외과로 향하게 된다는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 개선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되는 병원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선택진료비만큼 내과에서 돈이 더 들어오나, 외과에서 돈이 더 들어오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비슷하기만 하면 큰 상관은 없다.
오히려 중증의 외과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라면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과의사 입장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가뜩이나 원격의료 등으로 내과 인기가 땅에 떨어지고 갈수록 전공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과는 정부의 선택지료비 보상안에 극렬히 반발, “학회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나온 보상안에 찬성할 수 없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외과는 정부의 선택진료비 보상안에 드러내놓고 환영의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수가체계가 그나마 바로잡힐 수 있는 계기”는 평을 내놓고 있다. 외과 주요 학회 역시 보상안 마련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불만은 없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7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모든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포괄수가제(GRG) 역시 진료과 간 희비가 엇갈리긴 마찬가지 였다.
포괄수가제는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산부인과 등 4개 진료과의 7개 질병군(백내장수술(수정체수술), 편도수술 및 아데노이드수술, 항문수술(치질 등), 탈장수술(서혜 및 대퇴부), 맹장수술(충수절제술), 제왕절개분만, 자궁 및 자궁부속기(난소, 난관 등)수술(악성종양 제외))에 대해 확대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를 의식한 듯 ‘선(先) 시행 후(後) 보완’을 약속했다. 확대 시행 1년을 앞두고 7개 질병군 관련 학회는 복지부에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지난 6월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포괄수가제 대책 심포지엄을 비공개로 개최했다. 정부와 본격적인 포괄수가제 보완 논의를 앞두고 다른 과의 현황을 들어보고 내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포괄수가제에 포함된 7개 질병군을 다루는 다른 과인 안과와 이비인후과, 외과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내부 문제를 정리하는 등 다가올 보완 논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복지부도 포괄수가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지만 어디까지 손을 댈 것인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보완 논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에 마련된 포괄수가제 개선 실무협의체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보완 논의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은 역시 수가다. 책정된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의료기술 활용에 제약이 생겨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포괄수가제 도입을 논의했을 때부터 제기된 사항이다.
각 과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이런 문제들 외 개별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더 크다.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한 가지 행위가 포괄수가제에 포함된 다른 과와 달리 ‘자궁 및 자궁부속기수술’이라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장기 자체가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면서 타격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다른 과들도 산부인과보다는 덜하지만 각자 많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1주년을 넘긴 시점에서 보완책 마련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테이블에 앉을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PET 급여기준 개정 ‘핵의학회’·갑상선암 가이드라인 ‘외과학회’
FDG-PET의 급여대상 암 종류가 확대, 적정 촬영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급여기준 개선 발표 직후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12월부터 FDG-PET 급여대상에 모든 고형암과 형질세포종이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그동안 병기 설정 시 비급여였던 비뇨기계암(전립선암·방광암·고환암 등) 및 자궁내막암 등의 환자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또 현재는 치료단계(진단·병기설정→치료효과 판정→재발평가→추적검사)마다 광범위하게 급여를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다른 영상검사(초음파, CT, MRI 등)로 치료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다른 영상검사가 불충분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검사를 대체해 실시한 경우에만 FDG-PET 급여가 인정된다.
특히, 암 치료 완료 후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 및 증후가 없음에도 일률적으로 촬영하는 장기 추적검사는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한 9개 학회(대한간암학회·대한간학회·대한대장항문학회·대한두경부종양학회·대한방사선종양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폐암학회·한국유방암학회)는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FDG-PET 급여기준 개선은 암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며 재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암 환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가장 적합한 진단과 치료가 적절하게 제공되는 것”이라며 “전문학회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래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검진권고안이 공개되자마자 관련 학회들은 일제히 불만을 피력했다.
갑상선암 검진권고안 제정위원회(위원장 이가희·서울의대 내분비내과)는 지난 8월 ‘갑상선암 검진권고안(초안)’을 발표하고, 관련 학회에 전달한 뒤 수정보완을 거쳐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갑상선학회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최종 권고안을 10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학회가 초안을 검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공개한 것은 전문가 의견수렴은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학회 관계자는 “어떤 권고안도 최종안이 마련되기 전 까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초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갑상선암 권고안(초안)을 공개해 버렸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대한내분비외과학회 관계자는 “공개된 갑상선암 권고안(초안)을 보면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큰데 이제 국가기관에서 국민들이 암검진을 하지 못하게 제동을 걸고 나올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두 학회 대립 ‘심장스텐트 급여’ 유예 결정에 반응 상반
스텐트 시술시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의 협진을 의무화한 정부 고시가 시행 6일을 남겨놓고 돌연 유예되면서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양학회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5일 “1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PET 및 심장 스텐트 급여기준을 국민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부 유예하거나, 예외 적용키로 했다”면서 심장통합진료의 경우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흉부외과가 없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MOU 체결 등 제반사항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예정대로 통합진료를 실시하되, 스텐트를 바로 시술하는 경우에도 이 기간 동안은 급여를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정부 판단은 각 병원에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고시안의 기본원칙은 환자 안전과 양질의 진료제공 측면에서 옳다. 복지부가 원칙을 지켜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6개월 뒤 고시가 변경되거나 철회된다면, 정부가 일부 이해집단의 장외 여론투쟁에 굴복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며 “고시 유예가 기본원칙을 왜곡하는 전초작업이 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는 고시 발표 이후 복지부 주도 전문가 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여론을 통해 협진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주력해온 심장학회 행보를 언급한 것이다. 흉부외과학회 산하 관상동맥연구회는 11월 28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예정된 연례회의에서 별도 세션을 구성해 공개토론을 가졌다.
선경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앞으로의 로드맵이 중요하다. 단순한 유예나 지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논의의 장으로 나와야 하고, 정부의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무엇이 환자와 국민에게 좋은지 공론의 장을 열어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 대한심장학회는 고시 유예 발표에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협진을 의무화한 이번 고시가 일부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남용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만큼, 학회 자체에서의 자정 움직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동주 심장학회 이사장은 “좋게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남은 기간 동안 잘 상의해서 바람직한 방향의 고시가 되게 할 것”이다. “스텐트를 남용하는 병원은 학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겠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인증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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