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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정책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 병원 사업자나 의료인과 같은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부나 의회가 새겨야 할 기본 원칙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가 한 말이다. 그는 육아, 교육, 의료,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복지국가를 지향한다. 그는 보편복지국가, 지속가능사회, 사회적 경제을 3대 비전으로 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 목표인 그가 바라보는 보건의료 정책은 어떨까. 국회 전문기자협의회가 그를 만나봤다.
Q. 19대 국회 전반기부터 복지위에서 활동했다. 소회를 전하면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복지다. 정치는 국민의 행복을 다루는 일이다. 행복이라는 말을 사회과학적 용어로 바꾸면 '복지'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복지고 복지는 정치다. 그래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밀려나지 않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덤으로 간사까지 맡아 어깨가 무겁다.
Q.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보건의료 정책을 다룸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병원 사업자나 의료인과 같은 일부가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부나 의회가 새겨야 할 기본 원칙이다. 좋은 의료기술은 소수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대다수가 큰 비용 부담이 없이 누릴 수 있는 적정 의료기술이다. 다수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Q. 복지위는 전통적으로 야당이 주도한다.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 야당의 비전이 있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목표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2012년 총선에 참여하고 대선에서 복지국가위원회에 참여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5개년 계획을 실행한다는 꿈에 차있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기대가 어긋나면서 목표를 상실해 슬럼프가 왔었다. 기초연금 논란이 벌어지면서 노후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한다며 정부여당과 맞붙었지만, 결과적으로 졌다. 그 과정에서 내홍도 겪었고, 철학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빚었다. 아직 상처가 남아있다. 현재 우리가 세운 목표의 실행 시기를 유예 시키고 그동안 우리가 가진 비전을 다시 재정립하고 세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Q.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면
정부는 할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정작 시장이 할 일을 정부가 대행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보건의료 정책은 대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보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관 해외진출. 국민 다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절박하고 필요한 것일까. 이는 업계 민원을 받아들인 정책일 뿐이다. 그러고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 활성화라는 낡은 이데올로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야당은 이것들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당장 추진 할 만큼 다수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부가 강행하는 한 싸움터밖에 안 된다. 의료전달체계가 형식화 돼 동네의원들은 문을 닫을 지경인데 빅4 의료기관으로는 환자가 몰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는 등 비합리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 급박한 사안은 고칠 생각도 안하고 시장에 맡기고 있다. 진짜 시장이 해야할 것은 정부가 대행해주면서 말이다.
Q. 의료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완화, 특히 산업화의 필요성도 있는데, 야당이 지나치게 의료영리화로 몰고가면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정책은 의도가 있다. 그 의도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를 봐야한다. 야당은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을 반대하거나 수용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제도를 한번 시행하면 회수할 수 없다. 의료나 교육 분야는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른 분야는 시장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의료를 시장에 맡기면 국민들이 손해를 본다. 영리화로 가면 기본권 침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야당은 의료 산업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과 영리화의 기준을 잘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은 산업적 측면이다.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인의 치료행위는 산업의 영역이 아니다. 영리화다. 한 번 잘못 내딛으면 되돌릴 수 없다.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안간힘을 쓰며 막고 있는데 지나치다고 얘기하면 곤혹스럽다. 잘 이해해야 한다.
Q. 현재 원격의료법 등 정부가 내놓은 2개 법안과 그를 저지시키는 또 다른 2개의 법안이 대립하며 모두 복지위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심의 계획은 없는지
국회는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시킴으로써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 물론 증폭시키기도 한다. 사회적 갈등을 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안이 너무나 첨예해 거론 자체가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현재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의료계가 원격의료, 해외환자 유치, 자법인 허용 등을 그런 사안으로 보고 있다. 강한 반대와 우려가 있음에도 논하면 그 사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추진 방향이 합의되면 국회가 그것을 정식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태로 다루는 것은 위험하고 부담스럽다.
Q.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등은 의료계의 난제인 저수가 해결을 위한 정부의 우회적 해법이었다. 낮은 수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인데, 수가 현실화에 동의하는지
2012년 문재인 후보 대선 공약 수립 당시 상당히 구체적인 보건의료 분야 개편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주목 받진 못했지만 수가 현실화가 그 중 하나였다. 원가 8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가를 최소한 100%에서 120% 올려야 한다는 공약이었다. 우리는 단일한 건강도보험체계가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또한 이것이 상당 부분 의료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제도라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단지 병원 경영이 어려우니 수가를 올리자고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국민들이 불필요하게 지불하고 있는 의료 비용에 대한 통제도 같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을 정책화 해야 한다.
Q. 한정된 재원을 함께 나눠쓰는 보건의료 단체 간 갈등요소가 산재하다. 해법이 있다면
상대를 인정해야 대화가 되고 타협이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접점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해관계라고 하는 건 조정되는 것이다. 독식은 없다. 효과적으로 이익을 공유하고 배분하는 게 정치의 기술이다. 정치학자인 이스턴 교수는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정의했다. 그의 정의대로 정치는 사회가 만든 부를 배분하는 것이다. 개인적 감정으로 더 많은 부를 배분할 수 없다. 국회에 예산 결정 권한을 준 것도 직접 투표로 선출된 권력인 의회만이 정통성 가지고 권위 있는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를 동등하게 살펴 국회가 판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회가 정부와 긴밀하게 대화하면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Q.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건복지 철학 부재를 문제 삼으며 여러차례 사퇴를 요구했다
사실 인간적으로 사퇴 요구는 어려운 일이다. 장관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만 두라고 하면 마음이 쓰리다. 고심 끝에 하는 말이다. 한 개인이 미워서라기 보다 복지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겠거나 자신이 없으면 물러나는 게 맞다. 문 장관은 가끔 엉뚱한 결정을 한다. 진주의료원이 대표적 사례인데, 재개원 노력은 안하고 국회 논의 없이 공문서 한 장으로 진주의료원을 없애버렸다. 장관으로 그렇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Q. 의료분쟁 자동개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해관계자 간 의견도 엇갈리고 의원 간 차이도 있다. 문제를 접근할 때 원칙이 있어야하는데, 우리는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 선택 기준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관련된 사람들의 권한이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환자는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해 존중이 필요가 있다. 결과가 나쁘다고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의료행위 방해방지법에 서명한 것이다. 또한 의사는 전문가다. 환자는 정보가 없다. 의사는 환자에게 제공할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부작용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는 개인 계약 간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맞다.
Q. 고령사회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의료체계를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사회는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발달돼 있는 반면 아프지 않을 권리에는 소홀하다. 스웨덴에 가서 병원 의료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곳은 의료전달체계가 잘 돼있다. 1차는 주치의제다. 주치의가 1인당 30분 간 건강상담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치료 위주로 발달하다보니 과잉 진료 문제가 생기고, 개인과 국가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 그 부담 줄이기 위해 저수가 체계가 유지되며 모두가 손해보는 구조가 형성된다. 예방적 활동이 공공의료 쪽으로 잘 구축돼 있다면, 또 상담 수가 등 충분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병원 가는 횟수는 줄이고 의료비도 통제할 수 있다. 그렇게 아낀 비용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와 예방, 사후관리가 선순환 구조로 가야한다.
Q. 공공의료의 예방적 기능을 위해 노력한 바가 있는지
전라북도 전주가 지역구인데, 작년 보건지소 예산과 혁신건강플랫폼사업이라고 일차의료지원사업을 동시에 유치했다. 보건지소는 예방 중심으로, 건강동행센터는 지역 의사협회에 운영을 맡겨 당뇨, 고혈압 등 사후관리를 하는 시범지구로 진행해 보려고 한다. 두 기능을 잘 운영해 임상적 변화, 의료비 지출, 병원 방문 횟수 등에 효과가 있다고 검증되면 다음 대선 때 공약을 내고 국가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소위 유럽형 의료체계의 실험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Q.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당시 야당에서 복수 법안소위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결국 이뤄지지 않았는데 법안소위 정례화는 어떻게 보는지
하반기 원 구성을 협상하며 야당이 상임위 법안소위 복수화를 요구했다. 법안 심의와 처리 건수를 늘려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복수화의 유불리는 따질 수 없다. 기피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다. 복지위는 이명수 여당 간사와 논의 했는데, 이 간사도 복수화에 동의했다. 만약 복수화가 된다면 보건의료와 복지로 나눠야 한다고 본다. 비회기라도 매월 법안소위를 열어 심의하는 것도 찬성한다. 여야 간사는 생각이 같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 협의 사항이라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하기 어려워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여야 지도부가 차라리 각 상임위에 맡겼으면 좋겠다.
Q. 복지위 운영에 있어 여야 간사 간 협의는 매우 중요하다. 협상 파트너로서 여당 측에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이명수 간사는 합리적이고 좋은 분이다. 아쉬운 것은 여당이 지도부나 청와대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하나의 헌법기관이다. 의원 자체가 결정권자다. 야당은 지도부와 상의를 안하고 일을 저질러 문제인데 반대로 여당은 본인들의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데도 눈치를 본다.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없다. 그러려면 공무원 하지 왜 국회의원을 하나. 국민을 위해 옳다고 판단하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Q. 새해 의‧약사에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내년은 을미년, 순하다는 양띠의 해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의료인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 덕에 국민들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내년에도 국민을 위한 의료라는 점을 염두해서 열심히 활동하시길 당부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