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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시행됐고, 계도기간은 당사자 간 합의 하에 설정됐다. 그러나 계도기간 종료가 임박하자 원점부터 재논의를 요구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치과계 내부 사정이다.
2월 초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신년하례식에서 직역 간 상생을 위해 중지를 모으자던 약속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염불’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먼저 공격적으로 나선 곳은 치협이다. 치협은 3월부터 의기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치과진료 대혼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의기법은 치과위생사 업무 범위를 명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전격 시행됐다.
의기법은 치과위생사 업무 범위를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 및 제거, 그 밖에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등으로 규정했다.
오는 3월부터 치과위생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등 비면허 인력이 해당 진료 업무를 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치협은 이번 사안에 대해 치위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직역 간 업무범위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의 불필요한 고소·고발을 중단해 줄 것으로 촉구했다.
치협은 의기법 관련 협의체 당사자 중 한 곳이었다. 위의 주장대로라면 한 발 물러선 형태를 취한 것 같아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치과간호조무사제도 신설’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간호인력개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협은 “정부는 간호인력을 간호사와 1급 실무간호인력, 2급 실무간호인력으로 구분해 진료보조 및 간호보조 위임 체계를 명확히 할 계획”이라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치과 현실에 맞는 치과종사인력을 위한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즉, 치과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업무 범위를 지금보다 확장할 수 있도록 관련 의견을 개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치협은 “3월 이후 국민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직접 느끼고, 현행 법령의 불합리함을 알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통한 치과위생사 및 간호조무사 유휴인력을 발굴해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 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치위협은 학문적 근거 및 객관적 검토를 통해 시행된 의기법을 또 다시 쟁점화시키려는 치협의 행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복지부, 치위협, 치협 등이 체결한 의기법 계도기간 설정 합의문은 ‘치과의료기관에서 치과위생사의 고용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하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정규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 합격 후 면허를 취득하는 치과위생사와 학원 등에서 1년 미만 교육 과정 후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얻는 간호조무사를 동일 선상으로 본다는 시각 자체에 대해 불쾌함을 나타냈다.
치위협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서 치과의료 분야는 고작 1∼2개 문항에 불과하다”며 “치과에 채용된 후 비로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업무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의기법 핵심 논란 중 하나는 바로 ‘인력수급’이다. 치협은 치과위생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도기간이 종료된다면 절반 이상 치과가 범법자로 몰릴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치위협은 오히려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맞섰다. 경영자적 측면에서 ‘인건비’ 때문에 치과위생사 채용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중장기수급추계연구‘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15년 후 4만~5만 명에 이르는 치과위생사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치위협은 “전국에 개설된 치위생과는 2004년 43개에서 2013년 82개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입학정원은 5025명에 달한다. 이는 20%까지 추가 가능한 입학정원 외 수를 포함하지 않고도 치과대학 정원 대비 약 7.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적법한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비합법적 진료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게 과연 국민 건강권을 우선시하는 자세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