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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질(質) 넘어 환자 감성 치유해야"
박진식 세종병원장 "가족이 치료받았으면 하는 병원되도록 노력"
[ 2015년 02월 11일 20시 00분 ]

지난 10여년간 의료계 화두는 '의료의 질'이었다. 의약분업의 단초였고, 적정성평가 명분이었으며 수가협상의 도구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입에 오르내리며 당연시됐다.

 

하지만 최근 이를 대체할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일정수준 이상의 시설과 환경이 구축됨에 따라 의료 수준을 의미하는 '질(quality)'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급부로 의료 질의 빈자리를 환자 표정과 병원에 대한 평판으로 대변되는 '감성' 영역이 채워가고 있다. 본격적인 '감성시대' 도래다.

 

이제 '깨끗한', '첨단의'란 단어 대신 환자 '웃음'과 '추천'으로 대변되는 감성이 병원 운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를 선도해가는 병원 중 대표적인 곳이 심장질환 치료로 유명한 '세종병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박진식 원장 겸 이사장(심장내과・45)을 만났다.

 

 

"의료산업은 서비스, 의사들이 '선생님' 권위 내려놔야"

 

박 원장과의 첫 대화는 단연 '고객중심 의료서비스'였다. 최근 위축되고 있는 병원경영 환경 속에서 2세 경영체제 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가 답한 핵심단어였다.

 

그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료도 당연히 고객 중심일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서비스가 다른 산업과 다르게 인식되는 것은 소위 '선생님'이라 불리며 환자에게 의술을 베푼다는 제공자 중심 의식이 예전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는 공급자 중심을 탈피한 '환자 관점'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환자가 병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 질'이지만 이를 일정 수준 이상 충족했다면 다음 단계는 '환자 감성'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같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더라도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치료 효과가 달라지며 환자 상황이나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 신경쓰다 보면 불만이 왜 나왔는지 어떻게 변해야할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 원장은 세종병원의 2015년 목표를 '환자 관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병원', '가족이 치료받았으면 하는 병원'으로 정하고, 의료 질과 안전, 환자의 감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병원 경영 참여하면서 '감성 경영' 토대 필요성 절감

 

박 원장이 이 같이 다짐하게 된 배경에는 '병원은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고민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같은 고민의 직접적 계기는 2008년 병원 업무에 처음 참여할 당시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직원들과 나눴던 대화였다.

 

당시 직원들은 JCI 인증을 위한 수십억원의 비용이나 변화에 따르는 이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환자는 뒷전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82년 병원 설립 당시 '더 이상 어린 아이들이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치료하는 병원'을 만들었던 아버지(박영관 회장・76)와 창립멤버들의 정신이 시간이 지나며 희석되고 기업 의식만 남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때를 계기로 '환자의 감성'을 강조하며 많은 것을 시도하고 이뤄왔다. 실제 지난해 심장병원으로는 유일하게 2기 전문병원 타이틀을 1기에 이어 연속해서 달았다. JCI 인증도 2011년에 이어 연달아 획득했다.

 

심장병의 A~Z까지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겠다며 심장이식수술이 가능한 장기이식센터를 개소한데다 2017년 3월을 목표로 인천 계양 작전동에 심뇌혈관질환케어를 중심으로한 제2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이은 수가시범사업에 VIP실 등 30개 병상을 제외한 전 병상에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보건복지부 청와대 업무보고에 배석한데 이어 최경환 부총리가 주관한 서비스기업 간담회에도 참여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제2병원 건립으로 선도적 위치에서 국내외를 연계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 필요하고 미래 위한 투자라면 당장의 손해 보더라도 적극 추진"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박 원장은 토로했다. 연 4~5억원의 적자가 예상됨에도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시범사업에 참여했고, JCI 인증을 위해 30여억원을 들여 낙후된 시설을 개・보수했으며, 6개월이란 시간을 직원들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진력해야 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제2병원 건립 추진은 의료민영화 조장이라는 오명을 쓰며 발목이 잡혔었고, 지금도 여기에 대해 언급할 때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정부 정책에 따른 병원 수익감소에 대한 어려움도 있다.

 

이와 관련 박 원장은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이고 언젠가는 병원이 추구해야할 방향이기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포괄간호서비스도 중증질환 병동까지 포함해 수억원의 손해를 보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정책을 두고 "중증질환 강화 등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존재해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환자에게 필요 없는 서비스 규제는 필요하지만 필요한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의료인과 정부, 국민 모두에게 '서로를 향한 신뢰'를 언급했다. 상호 불신이 방어적 진료를 낳고 이로인해 과잉・과소진료 논란이 일고, 규제와 날선 대응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진의 환자 눈높이에 맞춘 대화와 설명, 정부의 부드럽고 점진적인 제도 시행과 갈등을 유발하는 언어의 순화 등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병원에 못가 아파하고 숨을 거두는 불상사가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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