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기법)에 대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좀처럼 협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지나면 계도기간은 고작 1주일 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직등단체별로 앞다퉈 입장 발표에 나서고 있다. 상대 측에 대한 비방도 일부 섞여 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벌써 3차례 자료 배포가 이어졌다.
의기법은 이미 2011년 시행됐다.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 및 제거, 그 밖에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등 치과위생사 9가지 업무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았다.
불필요한 행정처분이 발생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2013년 5월부터 이번 달까지 1년 9개월간 계도기간이 마련됐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각 직능단체별 TF 협의체가 운영돼왔다.
치위협 “적법한 업무환경 조성, 무엇이 문제인가” 성토
의기법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개정안 준수를 강력히 설파해온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지난 9일 회원 담화문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명시돼 있는 적법한 치과위생사 업무수행이 ‘경영자’ 입장에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치위협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개정안 자체를 문제 삼으며, 개정 당시 협의 참여단체로서 입장을 번복하는 이해할 수 없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치위협은 “현재 치협이 주장하고 있는 ‘치과위생사가 임플란트 등 치과수술 시 진료보조를 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며 “적법한 업무환경을 조성하기 보다 전문 인력을 인건비 잣대로 내모는 사회적 강자의 횡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치위협에 따르면 현 치협 집행부 임원 중 한 명이 “치과위생사만 근무하는 치과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낭설이 있지만, 상식선의 일반적인 진료보조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치위협 논리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치과계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치위협은 “적법한 치과의료환경을 완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안전한 치과 의료를 제공하는 길이라는 소신 아래, 치과계 상생과 관계 개선에 역점을 기울이며 내부적 고소·고발을 자제해 왔다”고 피력했다.
치위협은 “또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갈등을 조장한 바 없으며, 초지일관 비전문 인력과 치과위생사 고유 업무를 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치협의 일방적인 행보는 한국 치과계 미래와 피해 당사자인 국민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호조무사협회·치과협회, 계도기간 내 대책 못낸 복지부 비판
공교롭게도 치위협 회원 담화문이 발표된 다음날 10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치과간호조무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 ‘치과위생사는 대학에서 배웠으므로 의료법 무시하고 수술보조 등 간호 및 진료보조 해도 된다?’는 반박 성명서를 내놓았다.
비대위는 의기법 개정안에 나온 9가지 업무 외 주사, 투약, 검사, 일반적인 치과의사 진료보조, 수술어시스트 등 진료보조 및 간호 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비대위는 “학력, 교육시간을 내세워 타 직종 업무를 보조행위로 폄하하며 ‘내 영역의 침범은 불법이며, 네 영역 침범은 합당하다’는 주장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간호조무사는 간호 인력이고, 치과위생사는 의료기사 인력이다. 업무와 역할이 구분된 독립된 직종”이라고 못 박았다.
복지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비대위는 “2013년 8월 TF 1차 회의에서 ‘치과의료기관 근무 간호조무사 역할 정립을 위한 TF를 운영해 계도기간 내에 법적 근거 마련을 포함한 제도개선 및 후속대책을 추진한다’고 합의하고 1년 6개월의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비대위는 “처음부터 현행 의기법은 치과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만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우리의 합리적 제안을 거부했고, 간호조무사에게는 족쇄가 될 뿐인 합의를 종용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 이후 치과계 대혼란 야기한 보건복지부의 대책을 강력 촉구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비대위와 비슷한 시각이다.
치과위생사 또는 간호조무사만 단독으로 고용돼 있는 개원가의 경우 의기법 계도기간 종류 후 불필요한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치협은 “전국적으로 치과위생사만 고용된 33% 치과의료기관에서 의기법 시행령에 명시된 업무를 제외한 행위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된다”며 “최대 의사면허 및 의료기관 정지 3개월 행정 처분,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됨이 자명하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임플란트 등 치과수술 후 치과위생사의 둔부 근육주사가 불법행위이므로 남성 치과원장이 직접 주사행위 시 여성 환자에게 불필요한 성추행 시시비비가 이어질 위기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치협은 “치과위생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는 31% 농어촌 소외지역에서도 행정처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치위협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치협은 “현재 치위협은 자신만의 이익을 고집하고 있다”며 “치과계 상생과 화합을 위해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복지부 "원만히 해결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 견지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직능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력수급은 충분하기 때문에 시행된 법 자체는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아직 계도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의기법 개정안은 현재 시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과의료기관에서는 관련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계획은 아직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11차례에 걸쳐 직역 간 협력강화를 위한 TF를 운영했다”며 “이제 한 자리에 직능단체를 모두 모으기 보다는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신규 배출인력인 치과위생사 5000여 명, 간호조무사 3만2000여 명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중 신규 간호조무사가 치과의료기관으로 얼마만큼 유입되는지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인력수급은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월급 등 근무여건에 따라 인력수급 문제가 결정되고 있지 않나 싶다”며 “계도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