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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노동조합이 회사가 아닌 거리에 나섰다. 최근 녹십자의 적대적 M&A 의혹을 규탄하며 일동제약 경영권 보호를 위한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연속으로 규탄대회가 벌어진 곳은 녹십자 본사 앞이 아닌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노조 이덕희 부위원장은 “녹십자가 한 쪽으로는 국민연금을 투자받아 공장을 세우면서 다른 쪽으로는 기업사냥을 나서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한 국민연금공단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캐나다에 설립 예정인 1800억원 규모의 혈액제제 공장 건립비용으로 지난 12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700억원 투자를 약속받은 상태다.
재원확보 문제로 착공이 지연됐던 녹십자 캐나다 공장 설립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지만 일동제약 노조는 강력하게 문제 제기했다.
그는 “녹십자가 캐나다 퀘백주로부터 1000억원, 국민연금으로부터 700억원을 지원받아 100억원의 자기 자금만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최대주주가 된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동제약 지분 29.36%를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는 일동제약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32.52%와 격차가 3.16%포인트에 불과한 2대주주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확보를 위해 씨티은행과 외환은행으로부터 520억원을 차입하고 자사 자금은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위원장은 “이 같은 대규모 외부자금 차입을 통한 투자 방식이 적대적 M&A에 대한 야욕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녹십자는 이를 반박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2대주주 자격으로 이사 추천을 했고 주총 안건에 상정됐을 뿐, 적대적 M&A 주장은 현재 상황과 전혀 맞지 않다. 또한 국민연금이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일동제약 노조가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앞에서 규탄대회를 벌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앞서 일동제약 노조는 경기도 용인의 녹십자 본사 앞에 집회신고를 낼 계획이었지만 녹십자 퇴직사우 모임인 녹우회의 이름으로 집회신고가 미리 지정돼 있었다는 전언이다.
용인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녹십자 측에서 집회신고가 먼저 잡혀있었기 때문에 일동제약 측은 2순위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양사 직원들이 경영권 분쟁을 두고 장외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오는 3월 일동제약 주총에서 지분율 10%의 투자전문사 피델리티와 기타 소액주주 표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