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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死地) 두려웠지만 의사로서 사명"
무사 귀환 에볼라 구호대 1진팀장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센터장
[ 2015년 03월 02일 20시 00분 ]


“보호 장구를 꼼꼼하게 갈아입고 위험 구역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때가 가장 두려웠다. 감염에 대한 공포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스친 여러 생각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 고통에 아파하는 환자를 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에볼라 구호대 1진 팀장인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감염센터장[사진]이 한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환자를 치료해야 했던 의료진의 고독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인 ‘이머전시’가 운영하는 시에라리온의 고드리치 에볼라 치료소(ETC)에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0여 일 동안 에볼라 환자를 돌봤다. 전장(戰場)에서 무사히 귀환한 수장이 느낀 소회는 어떤 것일까. 지난 2일 일상에 복귀한 그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나봤다.


Q. 무사 복귀를 축하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3주 동안 모처에 있는 격리소에서 지내며 그동안 하지 못한 공부, 운동을 했다. 격리 기간이 끝난 후 민간 의료진은 곧바로 병원에 출근했는데, 돌아오길 기다렸던 환자들을 진료하고 여러가지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냈다.


Q. 파견 결정이 갑작스러웠다. 파견 결심 이유는


감염내과 전문의는, 특히 NMC 감염센터는 에볼라 등 신종 감염병 환자를 보는 일선 현장이다. 그래서인지 파견 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민간 지원자 145명 중 감염내과 의료진이 8명 정도였는데, 국내 감염내과 의료진 200여 명 중 대부분이 병원 내에서 혼자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의 양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NMC 의료진이어서 병원의 응원을 받으며 다녀올 수 있었다.


Q. 의료진 모집에 의료계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지원했던 의료진도 놀랐다. 민간에서 무려 145명이 지원했다. 정부에서는 민간 의료진을 5명씩 세 번, 총 15명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마지막에 환자가 줄어 1, 2팀만 가게 됐는데, 참여한 대부분의 의료진은 인도주의적 사명감이 굉장히 높았다. 또한 에볼라 환자 진료 경험 습득도 중요한 목적도 있었다. 현지에서 배워 국내 환자가 발생하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세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Q. 이래저래 부담이 컸을텐데


부담이 상당했다. 사실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국제의료진 300여명 중 3명 정도가 감염 됐다고 발표돼 1% 정도의 감염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현지 사망률이 50~60% 정도였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 치료하면 10% 이내로 줄어들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사실 그것 말고 다른 부담감이 더 컸다. 1진 의료대장으로서 팀원 10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감염 확산에 대한 조심스러움, 의료대장이자 감염내과 전문의가 감염되면 파장이 클 것이라는 중압감 등이 그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제적 감염병 재난에 나서는 것이 처음인데, 그 선봉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컸다.


Q. 열악한 현지 상황으로 의료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 안전하다 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상당히 높다. 또 우리나라 의료진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활동했다. 에볼라 치료센터마다 장비나 안전 수준의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있던 치료센터는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 때론 위험을 감수하는 곳이었다. 일부 환자는 신장투석을 하고, 인공호흡기도 달았다. 그 중 한국 의료진은 일반적인 치료, 정맥주사 등를 해 갖춰진 개인 보호 장구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


Q. 현장 투입 전 어떤 교육을 받았나


국경없는의사회가 에볼라 환자 진료 경험이 가장 많았다. 90년대 후반부터 아프리카 지역에서 환자들을 진료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료진을 파견해 진료하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학계에 보고했다. 그런 진료 경험을 국내에서 3일 동안 습득했다. 또 보호 장구가 의료진 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입고 벗는 것이 몸에 숙달 되도록 연습했다. 영국에서도 일주일 동안의 훈련이 이어졌는데, 에볼라 발생에 대한 국제기구와 각 나라들의 역할, 의료진의 정신 자세 등을 교육받았다. 현지에서도 한 4일 정도 적응훈련을 받고 진료에 임했다.


Q. 치료가 어렵지는 않았나


에볼라는 우리나라 신증후성 출혈열 바이러스 계통에 속한다. 임상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에 열이 나고 쇼크에 빠지며 소변이 안 나온다. 에볼라 환자도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증상에서 콩팥 기능 저하, 높은 전염성, 구토와 설사, 다량의 출혈 등에서 차이가 난다. 감염관리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데 환자 치료 면에서 우리나라 의료진은 충분한 경험 갖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 신증후성 출혈열 전문가들이 현지에 가서 아이디어를 내고 치료를 했다면 좀 더 많은 환자들이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활동하면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보호 장구를 꼼꼼하게 갈아입고 위험 구역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때가 가장 두려웠다. 감염에 대한 공포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스친 여러 생각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 고통에 아파하는 환자를 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환자들을 직접 만나니 의료진으로서의 본능이 모든 잡념보다 강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는


보호 장구 때문에 맨손으로 진료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한 환자가 있었는데 상태가 좋아지다가 갑자기 나빠져 다른 의료진과 상의해 수액을 반으로 낮췄다. 그런데 다음 날 사망했다. 제대로 진료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의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환자가 사망해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서 보다 나은 진료를 제공하면서 감염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Q. 팀 일원이 에볼라 감염 의심을 받았는데


팀원이 주사 사고 때문에 독일로 갔을 때 가장 힘들었다. 일부 팀원들은 눈물을 보일 정도로 대부분의 팀원들이 이 시기에 가장 힘들어 했다. 에볼라 감염이 아니라는 확진을 받을 때까지 모두가 마음을 졸였다. 현지에서 독일로 간 의료진 관련 뉴스도 돌려보고 서로 연락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보냈다.


Q. 현지 파견이 우리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


두려움을 이겨내고 환자를 봤다는 것도 굉장한 경험인데, 개인 보호 장구를 입고 벗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파견된 의료진에게 체득된 전염병 관리 시스템들이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생소하다. 우리나라는 전염병 청정구역이 아니다. 언제든지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어떤 전염병이든 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그를 위해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진료 경험을 쌓는다면 어떤 전염병 들어와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질 것이다.


Q. 에볼라 덕에 국내 감염병 관리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 시 중점을 뒀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한 인터뷰에서 에볼라 감염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면서 전 세계 국가는 아직도 전염병 감염에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우리나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국내에는 고도격리시설이 미흡하다.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전세계 감염병 진료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전염병과의 전쟁 시 NMC에 상비 인력이 있다면 전염병 대응 능력도 향상되고 세계 보건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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