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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대해 완벽한 문외한이 이를 논한다는 것이 참 외람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법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은 있어야 하며, 그 종류에는 자연법이 있고 실정법이 있고…’하는 원론적 이야기로 지면을 할애할 의도는 전혀 없다.
법이라는 것이 갖는 사회적 통념과 보편타당성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 특히 의료계가 겪었던 일을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한다.
물론 법적인 해석과 사회의 일반 구성원의 견해가 그 뜻을 달리해온 경우가 너무 많다. 때로는 심한 사회적 갈등을 격어 왔지만 그래도 사람들 가슴속 어디엔가 숨어있는 준법 또는 경법(敬法)적 사고 때문에 법적 해석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사실은 강력한 강제력과 구속력을 갖고 있는 법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더 옳을지 모르겠다.
법을 만드는 입법 절차이라는 과정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입법의 배경에는 당연히 법에 대한 철학적 정당성, 보편성, 사회법칙으로써 규범에 맞고 평등 원칙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과거 20여 년 전부터 이 세상 어느 국가에도 없는 초강력한 법이 있어 왔다. 하나는 ‘떼 법’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법’이다. 큰 틀에서 보면 떼 법이 좀 더 확대 되면 여론법이 될 소지가 있다.
이러한 법들이 무서운 이유는 입법 과정에서 생각해보고, 평가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여러 가지 기본적인 법 정신이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부터 발생되는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법 행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만인에 대한 만인들의 갈등과 서로 엇갈리는 주장 속에 목소리 크고 떼거지가 심하며, 그 시대의 이념적 배경이 같은 정치 세력들의 결정에 의해 법이 제정되기 때문이다.
법 제정 근본 취지와 달리 여론에 의해 통과된 리베이트 쌍벌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주 다양한 자기주장과 다각화된 사회 구조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견해가 이해와 양보의 미덕이나, 배려하는 사고 속에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질시와 공격, 타도와 척결로 일관하고 있다. 나보다 사회적 입지가 좀 좋다고 생각되는 집단이나 사람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회적 속성이 도처에서 들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입법된 것이 ‘리베이트 쌍벌제’라고 본다. 리베이트는 뇌물이라고 정의한 대한민국 국회의 식견도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입법 과정을 보면 정의에서 출발한 것인지 여론에 밀려 국회가 입법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단언한다.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이러한 의사들한테 국민들은 본인들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외면적 우호와 내면적 적대의 동상이몽 속에 빠져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먹고 있으니까 이를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리베이트 쌍벌죄 입법 과정은 평탄대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것이었다. 그 어느 정신 나간 국회의원이 반대 토론을 하겠는가? 토론은 필요 없었고, 압도적 찬성으로 입법됐다.
물론 리베이트 쌍벌죄 법은 헌법 재판소에서도 합헌이라고 판결하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할 말이 없을뿐더러, 제약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받아먹은 의사들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해 수많은 현행법에 의해서도 처벌 할 수 있는 상황을 꼭 의사라는 사회적 신분과 연관된 아주 특별한 법이 무소불위의 여론이라는 힘에 의해 입법됐다는 아쉬움을 말하고자 함이다. 리베이트 쌍벌죄 법은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샀기 때문에 덮어 쓴 스스로의 족쇄이자 원죄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부패 척결 위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제외된 ‘김영란 법’
이러한 현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위 ‘김영란 법’이라는 것이다. 본래 취지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같은 공직자(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부패를 방지 또는 척결하기 위해 제정하고자 했던 법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국가 사회가 몰락의 길에 접어들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공직자들의 부패다. 이것은 준엄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규제 대상에 당연히 국회의원은 빠지고 엉뚱하게 사립학교 교원 뿐 아니라 언론기관 종사자들이 포함됐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의 합작품이니까 자기들 발목을 잡을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해 세상에 공표되기도 전부터 율사들의 집단이 위헌 신청을 하는 등 아주 요란한 상황에 빠져서 졸속 입법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런데 아주 희한한 여론 조사가 발표됐다. 규제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 및 직원 그리고 언론기관 종사자들이 포함된 것에 대해 국민 65% 이상이 지지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조사 결과를 갖고 국회의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법을 통과 시켰을 것이다.
여론 형성의 근본 바탕은 사회정의를 규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한 사람의 생각이 표출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내 마음에 안 들면 ‘그놈들 고생 좀 해봐’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생각을 유발한 당사자들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단순히 여론에 바탕을 둔 법의 제정은 영혼이 없는 행위다.
법은 법 나름대로의 철학이나 격조, 그리고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여론이 반대를 한다하더라도 이 사회를 위한 정도의 구현에 필요하다면 법은 제정돼야 하고, 아무리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는다 해도 철학에 반하면 제정 돼서는 안 되는 것이 법이다.
법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대한민국도 이러한 일종의 떼 법이나 여론에 밀린 법이 생산되는 저급함은 면해야 할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