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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동길 변호사(법무법인 나눔)
[ 2015년 03월 29일 16시 50분 ]

의사들이 부당한 사항에 대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불만을 표출하거나 권리를 요구할 경우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어쨌든 돈 엄청 벌잖아?" 라는 반응이다.


 "수많은 부당한 법 적용 사례 많아"

 

이 사회는 의사들을 이런 식으로 벙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 외에도 가끔 나오는 반응은, 그런 불만들을 갖게 되는 것이 의사들의 특권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있지도 않은 의사들의 특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개인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전국의사총연합에서 강남구 보건소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 사건을 맡은 바 있다. 사건의 내막은 의사들에게 보낸 '검찰 고발 초래 강남구 보건소 문자메시지'에 나타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강남구 보건소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구청장'님'께서도 참석하시니 많은 참여를 바라며, 불참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별도 점검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진료 시간 의사들을 토론회에 반강제적으로 동원한 강남구 보건소장 개인의 불법행위로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제도적 맹점이 존재한다. 여기서의 별도 점검이란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 의한 보고와 업무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보건소는 의사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보건소 직원을 시켜 관계 서류를 검사할 수 있으며, 환자 등에게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하게 할 수도 있다. 의사들에게 이러한 보고와 업무검사는 형사사건에서 수사를 받는 것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


즉, 보고를 명령하면 그 서류제출을 위한 준비로 인적·물적·시간적 손실을 입게 되고, 보건소직원이 병원에 출두해 서류 등을 검사한다는 명목으로 이것 저것 뒤지게 되면 진료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한다.


보건소직원이 환자들에게 연락하여 사실 확인을 하는 경우 그 의료기관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오해를 사게 되어 신용에 타격을 입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


문제는 위 보고와 업무검사가 의사들에게 주는 실질적 불이익이 이토록 큼에도 보건소가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는 경우에도 영장주의에 의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영장은 범죄의 혐의 사실이 인정돼야만 발부된다.


그런데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 권한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발동될 수 있다. 동조 제3항은 보고와 업무검사에 관해서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라고 규정돼 있다. 권한 행사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복지부가 정하도록 한 것이다.


황당한 것은 보건복지부령에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령에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이상 법에 기재된 바와 같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의적 권한 행사가 가능하고, '필요한 사항'인지 여부도 보건소가 스스로 판단한다.


보건복지부령에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입법미비가 아니라 복지부 스스로 무제한의 재량을 행사하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된다. 보건소가 관내 의료기관의 목줄을 틀어쥐는 아주 좋은 수단이 아닌가?


참고로 제61조 제2항은 제1항의 업무검사 시에 조사기간, 조사범위, 조사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된 조사명령서를 공무원의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와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외견상 수색영장과 비슷하나, 수색영장은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판사가 발부하는데, 이 조사명령서는 제3자의 심사 없이 스스로 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사명령서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로 자세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보건복지부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게다가 조사명령서 없이 업무검사 등을 한 경우에 대해서도 어떠한 제재수단이 없어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될 염려가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행정절차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그럼에도 의사들에 대한 행정 즉 복지부의 행정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의사들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부당한 법적 대우 중 단지 하나일 뿐이다.


그 외에도 쌍벌제 시행 이전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행정처분에 관해 아무런 시효가 없다는 점이나 범죄일람표의 기재만으로 행정처분을 행함으로써 처분당사자인 의사의 방어권이 침해당하는 등의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문제점들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렇게 부당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특권의식에 의한 것일까? "어쨌든 돈 엄청 벌잖아?"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식당을 한다 치자. 장사가 잘돼서 돈도 잘 번다. 세금도 꼬박꼬박 낸다. 세무서장이 오라고 했는데 안 갔다. 그랬더니 세무서가 식당에 들이닥쳐서 영업도 못하게 다 뒤집어 놓았다 치자. 그런데 이게 불법이 아니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 이래도 당신은 돈 잘 버니까 가만히 있을 것인가.


곳곳에서 들리는 의사들의 외침이 무리한 주장인가? 시기심이나 다른 이유들로 그 내용은 들어보지도 않고 욕하는 것은 아닌가? 의사들 외침은 자신들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는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 달라는 것일 뿐이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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