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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格(격)을 破(파)하라! 행복하게 사는 법" ­
조정 SBS 보도국 차장
[ 2015년 04월 06일 07시 00분 ]

보통 사람은 두가지 상황 속에서 무기력해진다. 목표를 이루었거나 비슷한 일상이 반복될 때다. 목표를 성취한 운동선수가 자기도 모르게 슬럼프에 빠지고, 매일 똑같은 일을 마주하는 직장인이 근로의욕을 잃거나, 함께 사는 부부에게 권태기가 찾아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활력소’를 찾는다.

 

새로 세운 목표나 지루한 일상을 깨뜨려 주는 모든 것이 활력소다. ‘목표’가 중장기적으로 삶의 추동력을 일으키는 활력소라면 소소한 ‘파격’은 우리 삶에 행복을 배달해주는 방아쇠다. 파격이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퍼즐처럼 꽉 맞춰 놓은 일상의 틀(格)을 깨는 것이다(破).

 

그것이 매일 매일 이어도 좋고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번이라도 상관없다. 필자가 만 20년간 몸담고 있는 기자라는 직업은 뉴스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지루하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더 행복을 맛보기 위해 나는 꾸준히 파격을 행하고 있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연수하던 시절 얘기다. 귀갓길에 매일 마주치는 거지 한사람이 있었다. 3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젊은친구가 왜 길거리에 나 앉았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매일 눈인사 를 나누다보니 친근해져 대화를 해보고도 싶었다. 그래서 그 주일의 파격을 그 친구와 함께 하기로 정했다. 우선 일주일 동안 생기는 대로 동전을 모았다.

 

책상머리에 있던 것까지 합치니 30유로 가까이 되었다. 와인 한 병과 30유로가 담긴 주머니를 들고 그 친구를 찾았다. 곁에 앉아 소개를 하고 술잔을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루끄’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이내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불행한 가족사, 직장에서 쫓겨난 사연, 길거리 생활의 어려움과 즐거움 등. 심성이 곱고 마음이 여린 그 친구는 금세 나를 친구로 여기는 듯 했다. 헤어질 무렵 30유로가 담긴 주머니를 선 물로 건넸더니 수줍어하며 성의를 받아주었다.

 

그날 이후 멀찌 감치 내 모습이 보이면 그 친구가 먼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작은 파격 덕분에 난생 처음 착한 거지 친구가 생겼고 귀갓길은 즐거운 길이 되었다. 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파격도 많다. 

 

며칠 전 자동차 점검을 하러 기아차 강서정비소를 찾았다. 약속한 오전 11시에 차를 맡 기고 나니 점심시간까지 애매한 시간이 남았다. 목동 회사까지 5Km는 족히 되는 길을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방향만 잡고 이 골목 저 골목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식. 그것도 파격이다. 수 없이 많은 식당 간판에 쓰인 문구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였다.

 

거기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영업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었 다. 가게 이름 지으면서부터 손님 끌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까? 내가 사는 서울의 뒷골목은 치열하게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작은 파격을 실질적인 소득으로 연결한 선배도 있다.

 

몇 해 전 아들을 명 의대에 입학시킨 그 선배는 수험생인 아들을 반드시 한 달에 한 번씩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데리고 가서 잠을 재웠다고 한다.

 

주로 서울 시내의 호텔을 이용했는데 그게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는 아들의 지루한 일상에 낯선 잠자리라는 스타카토를 찍은 것이다.

 

하룻밤의 호텔 생활은 입시공부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깨워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파격에는 약간의 돈이 들기도 한다. 지난 설 연휴에 나는 친구들과 하루 골프를 쳤다.

 

그날따라 무척 어려보이는 캐디가 배정됐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플레이를 도와주었다. 명절 노는 날에 일하는 모습이 측은해 보여서인지 딸같이 예쁜 캐디에게 문득 기쁨을 선사하고 싶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지갑을 열어봤더니 5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을 동반자들 눈치 안채게 캐디 손에 쥐어 주었다. 깜짝 놀라는 그에게 "그냥 삼촌한테 세뱃돈 받았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10만 원이 가져다 준 행복. 그건 오롯이 내 행복으로 돌아왔다. 연휴가 끝날 때까지 뜻밖의 세뱃돈 10만원을 받아들고 기뻐하던 캐디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학창시절에는 세상을 보겠다며 유럽으로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화사한 봄날엔 낭만파 시인이 된 양 강의를 빼먹고 낮술에 젖기도 했다.

 

그 정도야 괜찮지만 파격이 과해 일탈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도박과 불륜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여행이나 봉사활동 같은 작은 시도를 통해 충분히 파격을 즐길 수 있다.

 

63살의 원로 언론인인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가 자신이 피아노를 다시 배우는 과정을 쓴 책 ‘Play it again’을 발간했다고 한다. 그의 파격은 어땠을까? 퇴근길 서점에 들러봐야겠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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