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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을 둘러싼 서울대학교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뿌리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대립 공간이 지면을 넘어 전파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제중원 130주년 기념행사를 기점으로 양측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논쟁을 넘어 상호 비방 수준으로 비화되고 있다.
양측의 기싸움은 제중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2015년 달력에서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다. 두 병원은 ‘제중원 130’이란 문자와 사진을 넣은 달력을 각각 만들면서 갈등을 예고했다.
지난 2월에는 정종훈 연세대의료원 교목실장이 ‘서울대병원의 역사 왜곡’이란 신문 기고문을 내자, 일주일 후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가 ‘제중원의 진실’이라는 반박글로 맞섰다.
제중원 기념식 날짜에도 두 병원의 기싸움이 투영됐다.
서울대병원은 외아문(現 외교부) 업무일지 사료에 근거해 고종이 백성에게 근대병원 설립을 알리는 방(榜)을 붙인 4월 3일을 제중원의 시작으로 보고, 기념식도 이 날에 맞춰 진행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선교사 앨런이 작성한 제중원 1차연도 보고서‘를 토대로 환자 진료를 시작한 4월 10일을 제중원 설립일로 정했다.
행사 규모나 내용도 원내 행사로는 절대적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3일부터 130주년 기념식과 학술행사를 동시에 개최했고, 음악회, 화보집 및 사료집 출판기념회, 사진전 등을 마련했다.
오늘(10일)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세브란스병원 역시 심포지엄, 음악회,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의료선교사 알렌과, 에비슨, 세브란스병원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준 후원자 세브란스의 후손들이 직접 선조들의 유물을 기증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두 병원 간 신경전은 전파를 타면서 더욱 악화됐다. 논리 싸움 수준을 넘어 상호 비방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에는 서울대병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백재승 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에 출연해 제중원에 대한 논리를 폈다.
백재승 원장은 앨런의 요청으로 제중원이 설립됐다는 주장에 대해 “앨런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서양식 국립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었다”며 부인했다.
즉 앨런이 고종에게 건의해서 제중원이 설립됐다기 보다 기존에 검토하고 있던 시점에서 갑신정변 당시 공을 세운 앨런이 힘을 보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또 “당시 제중원의 소유권은 조선정부에 있었고, 다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에 운영권을 위탁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의 효시가 제중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개 사립기관이 역사성을 독점하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틀 후 세브란스병원도 동일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논리를 맞받아쳤다. 이번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여인석 교수가 나섰다.
여인석 교수는 소유권 주장에 대해 “건물 소유권과 병원 운영권은 구별해야 한다”며 “임대로 병원을 운영한다고 건물주가 병원 주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총독부용 건물을 사용하는 서울대병원이 일제강점기는 건너뛰고 조선시대 제중원이 조상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할아버지부터 찾겠다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을 제중원으로 기록한 1906년 구한국 관보를 제시하며 당시 조선정부도 제중원과 세브란스의 연속성을 인정했음을 주장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전통시대 공공의료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중원을 기념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전통왕조 시대 공공의료는 국왕의 시혜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왕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치료해 주는 개념”이라며 “이는 가부장적인 봉건 이데올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