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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일 괴로운 일이 생겼다. 점심에 식사 메뉴를 고르는 일이다.
“오늘은 뭘 먹어야 하지? 어느 식당을 갈까?” 불과 2달 전만 해도 “오늘 점심 누구와 먹을까? 무슨 재미있는 화제를 나누면서 점심을 먹을까? 오늘 점심은 얼마나 즐거울까?” 이랬는데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우선 식당을 고르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찾는 것이다. 다행히 식당 문 앞에서 메뉴를 볼 수 있어 들어가 앉아서 고르지 않아도 괜찮은 게 그나마 위안이다.
첫 번째 집을 찾았다. 백반집이다. 메뉴를 봤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백반, 육개장, 갈치구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이 식당에는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중국집이다. ‘자장면, 짬뽕, 탕수육, 잡채밥 등’ 이집에도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다음은 칼국수집이다. ‘바지락칼국수, 해물칼국수, 잔치국수’ 내가 먹으면 안 되는 메뉴뿐이다. 옆에 있는 일식집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이곳도 ‘생선초밥, 장어덮밥, 회정식, 우동, 튀김정식.’ “아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구나.” “메밀국수는 괜찮을까?”
아무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을 때가 그립고, 그때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행복에 감사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후회된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술 덕분에 지방간이 많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빨리 병원으로 나와 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급히 찾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공복 혈당이 170을 넘었어요. 당뇨병에 걸리셨네요. 약 드셔야겠습니다.”
지난 30여 년 취재를 하면서 가장 무서운 병중에 하나라고 생각한게 당뇨병인데 내가 이 병에 걸렸다고 했다.
내가 만난 당뇨환자들은 합병증으로 시력이 점점 나빠져 결국 시력을 잃고만 경우를 봤고,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받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발가락에 난 작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발가락을 잘라야 했고, 다음에는 발목, 종아리, 결국 무릎부위까지 절단한 분들도 인터뷰했다. 그러면서 ‘뭐 이런 병이 다 있나’ ‘절대 걸리면 안 될 병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받은 건강검진에서 당 수치는 늘 정상범위였고,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내가 당뇨병에 걸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 내가 당뇨병에 걸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뇨 환자였던 부친이 생각났다. 그렇구나! 유전적 원인이구나. 그런데 부친은 어떻게 치료를 했을까? 궁금해졌다. 어머니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충격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뇨에 걸린 아버지는 약보다 누에가루, 민들레, 두릅나무, 모시조개, 호박가루, 고구마 잎, 오곡밥, 쥐눈이 콩 같은 민간요법으로 치료했다고 하셨다. “아 그래서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치매의 원인이 뇌경색인데 그 뇌경색이 당뇨로 인해 온 것이구나’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부친의 경험을 통해 내 몸을 치료하는 방법을 결정했다. 우선 약을 거르지 않고 먹었다. 매일 만5천보 이상을 걸었다. 매일 아침 혈당을 체크하면서 전날 먹은 음식과 비교했다. 아내가 ‘잡채는 괜찮을 것 같아요’ 하기에 먹고 다음날 아침 혈당을 재 봤더니 140이 훌쩍 넘었다. 잡채의 성분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당면은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답이 나왔다.
또 하루는 그동안 잘 먹지 못해 영양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양념갈비를 먹었다. 다음날 아침 혈당수치가 150을 넘었다. 분석을 해 보니 갈비의 양념에 설탕이 많이 들어 간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음식과 혈당에 관한 일기를 썼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탄수화물 음식은 절대 안 되고, 단 음식도 당 수치를 크게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당뇨 환자인 내가 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특히 운동을 게을리 한 날도 당 수치가 올라갔다.
당뇨환자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아무거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행복에 감사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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