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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이 암 병원 개원에 이어 푸드코트 리모델링, 외래 재배치 등 변혁을 꾀하고 있다.
취임 당시 ‘거꾸로 조직문화’를 외쳤던 백세현 원장[사진]이 지난 1년 간 직원들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 일궈낸 성과다.
가장 낮은 자리에 서겠다는 처음 약속대로 백 원장은 보직교수들과 지하 기계실 등 기반시설 근무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등 병원 구석구석을 누비며 직원들을 챙겼다.
‘출·퇴근 셔틀버스 시간 간격을 좁혀 달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외래를 접근성 높은 위치에 배치해 달라’ 등 크고 작은 요구의 조율자로 백 원장이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백세현 원장은 “지난 1년 동안 35개 임상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인력, 장비, 공간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피드백을 줬다”며 “즉각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안들은 지체 없이 추진하다보니 병원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오픈한 푸드코트의 경우 직원들이 원하는 메뉴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업체 선정에 나서는 등 심혈을 기울였며 교직원 10% 할인과 같은 복지혜택도 백 원장이 직접 업체와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백 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바쁜 업무에 쫓겨 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간호사들이 제대로 식사를 챙겨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 배달 서비스가 시작됐고, 직원들이 몰리는 출·퇴근 셔틀버스 운행시간도 줄어들었다.
백 원장은 “교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어야 결국 환자도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아침에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원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백 원장을 단순히 직원들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유한 병원장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세현 원장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불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설득하고 요구사항이 상충하는 부분은 그들과 함께 우선 순위를 정해나갔다.
"직원 및 부서, 진료과 간 이해관계 첨예한 사안도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
백 원장은 “수술실 사용과 같이 모두가 배정을 요구하는 사안 등은 지독하리만큼 여러 차례 직원들을 만나 타협해나갔다”며 “물론 절대적인 원칙은 있었다. 사실 그대로의 자료들을 토대로 환자에게 필요한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수술실 사용의 분·초까지 따져봤다”고 말했다.
외래 재배치도 내원하는 환자 수 및 환자 연령대, 주요 환자의 증상 등을 각 과마다 오픈해 놓고 로비에서 가까운 위치에 어느 진료과가 들어가는 것이 적합한지 등을 결정했다.
그는 “‘협상, 협상 또 협상’이란 모토 아래 원장이 나서 복덕방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며 “설명과 이해가 동반되니 100%는 아니지만 진료과 간의 갈등도 없어지고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은 자연스럽게 병원 내부 효율화로 초점이 맞춰졌다.
병원 문제점과 직원들의 불평, 불만을 들여다보니 병원 진료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불신이 쌓여있던 직원들 간의 이해와 소통까지 이끌어내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원내 진료과 간 환자의뢰시스템이다. 업데이트 된 시스템에서는 환자 의뢰 시 선택교수의 전공 및 진료를 보는 주요 질환 내용을 탑재시켰다.
기존에는 아무런 정보가 노출되지 않다보니 환자 질환에 맞는 교수를 선택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는 교수마다 어깨, 척추, 슬관절 등 진료 분야가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척추를 전문으로 보는 교수에게 어깨 환자를 보내다보니 의뢰를 수락하는 비율이 낮았다.
백세현 원장은 “정형외과의 경우 환자의뢰 수락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시스템 도입 후 95% 넘게 수락 비율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데 딱히 비용이 많이 들거나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데도 관심이 없다보니 방치됐던 것”이라며 “직원들은 들여다보지 못하는 병원의 문제점들을 먼저 캐치해내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원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갈등 빈번했던 임상과 화해 주선 등 내부 단합 통해 효율성 제고"
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 벌어진 갈등에도 병원장이 직접 중재자로 나서니 변화가 생겼다.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외과의사와 마취과의사 간의 불협화음에 병원장 주최로 ‘끝장토론’을 진행했고 진료과, 선후배 간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수십 번의 만남과 회의를 통해 후배가 선배에게 어려운 점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대학병원 중에서도 이 같은 회의를 해본 곳이 없을 것”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수술실에서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 같이 직원들 간의 이해와 소통 강조에 나선 백 원장은 향후 직원들이 타 부서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트레이드를 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그는 “총무팀 직원이 원무팀 가서 수납 한 번 해보면 그동안 왜 우리부서에 협조가 왜 힘들었는지 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원 서로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백세현 원장은 “사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진료, 연구 등을 담당하는 의료진을 비롯해 병원 직원들 모두 각자 맡은 일은 잘 수행한다”며 “다만 상황이나 구조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있는데 이 장애요소가 무엇인지를 부지런히 찾아보고 고쳐나가는 역할을 원장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