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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은 수진자들이 결과 상담을 다 듣고 마지막에 묻는다. “다음 건강검진은 언제쯤 해야 할까요?” 의사로서 이는 참으로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성별, 연령 및 위험 요인에 따라 권고하는 검진 항목과 그 검사 주기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검진이라는 것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는 대원칙은 대체로 동의하는 사실이다.
예를들어 위암 발생률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적어도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는데 대해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건강검진이라는 단어를 풀어서 생각해 보면 건강해지기 위해 검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건강검진에 대한 일반 인식은 검진을 함으로써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건강을 선물하기 위해 검진을 선물하는 시대다. 예전에 부모님을 위해 정기적으로 몸에 좋다는 보약을 해서 드렸던 것처럼 요새는 정기 검진이 새로운 효도의 트렌드가 되었다. 건강보다는 검진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검진을 받는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나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다음 검진 전까지 잊어 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람들은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기만 하면 어떠한 병이든 모두 조기에 발견해서 의사가 치료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왠만큼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 금연과 절주를 하겠다거나 체중감량을 하겠다고 결심하지 않는다.
요즘 가정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감염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세계 사망 원인의 60%가 비감염성질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염 유무의 관점에서 질환을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비감염성질환에 속하는 질환은 심혈관질환, 암, 당뇨, 만성호흡기질환 등을 의미한다. 속하는 질환의 면면을 보게되면 우리가 이전에 만성질환이라고 불러왔던 개념도 포함하는 질환군임을 알 수 있다.
건강검진은 주로 비감염성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비감염성질환들은 흡연, 음주, 비만, 식이, 신체활동과 같은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 약물 치료 없이도 전 단계에서 잘 조절할 수 있다.
암 검사는 일부 검사의 방사선 노출과 같은 제한점이 있어서 자주 시행할 수 없지만 상기 질환들은 혈액 검사만으로도 현재 상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건강증진의 도구로 쓰여야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건강검진을 통해 비감염성질환 또는 그 이전 단계를 발견하게 되면 다음 건강검진 전까지 정기적인 검사와 의사 상담을 통해 그 추이를 보면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행해지는 건강검진들이 대부분 일회적임을 알 수 있다. 많은 항목의 검사들로 이뤄진 건강검진을 자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 사이에 본인의 건강 관련 생활습관들을 교정하는지 여부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