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리베이트를 문제로 인식하는 이유는 리베이트로 인한 혜택이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약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도한 의약품 소비를 부추기고 연구개발에 소요돼야 할 비용이 리베이트에 활용, 우수한 신약이 개발될 기회가 상실돼 국가적인 손실이라는 의식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의약품 리베이트 규모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제약사 매출액의 약 20%에 이르며, 소비자 피해액은 2006년 기준 약 3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그간 제시된 리베이트 주요 유형은 랜딩비(의약품 채택료) 또는 매칭비 지급, 할증 및 할인, 시판후 조사, 자문료 또는 강연료 지원, 국내 세미나, 심포지엄, 해외학회 참가지원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을 병・의원에 납품하기로 합의하면서 병원 등에게 기부금을 제공(랜딩비)하거나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현금, 상품권, 카드 대여 결제, 의국비 지원, TV・컴퓨터・의료기기 등 물품을 지원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유인(매칭비)하기 위해 또는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할증(덤)을 구거나 금액을 할인해 줌으로써 탈세 등 부당한 이득을 제공해왔다.
의약품의 부작용 등에 대한 검사 명목으로 처방량이 많거나 처방에 영향력이 있는 의사(Key Opinion Leader, KOL)에게 사실상의 처방사례비를 지급하거나, 정기적으로 자문료, 강연료를 지원하며 국내 세미나, 심포지엄, 학회 등을 이유로 골프, 스키, 관광 등을 접대하고 가족 동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처방량이 많거나 처방증대가 기대되는 의료인에 대해 해외학회 참석경비를 지원하는 유형도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다. 외국에서도 리베이트로 인한 피해보고와 이를 근절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리베이트가 연간 의약품 매출액의 약 30%인 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연방의회는 선샤인 액트를 시행해 제약사, 의료기기회사 등이 건당 10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의사나 병원에 제공할 경우 공개토록 하고, 위반시 개별 지급 내역당 1000달러에서 1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신고된 금액은 37억달러, 445만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킥백금지법을 통해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의해 대금이 지급되는 의료서비스에 의도적으로 이익을 제공하거나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이나 최대 2만5000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하였다.
우리 정부도 수년간 건강보험약가의 적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노력해왔다.
건강보험 약가 제도를 지속적으로 변경하면서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고자 했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 출범시부터 운영하던 ‘고시가 상환제도’를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로 변경하고, 2010년에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2014년에는 저가구매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처방·조제 약품비 장려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 건강보험 의약품의 상환방식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면서 의약품의 실거래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해 작동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2006년에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2011년에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보험약가 산정 방식을 대폭 변경하고, 변경된 방식에 따라 모든 약제의 재평가를 실시, 약가를 인하해 약값에 포함된 거품을 걷어냈다.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정책도 시행됐다. 2009년에는 ‘유통질서 문란 의약품 약가인하 기준’을 신설해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20% 이내에서 인하했다. 2010년 11월에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했으며, 2014년 7월부터는 ‘리베이트 약제 투아웃제’를 시행해 리베이트 의약품은 1년 범위에서 요양급여를 정지하고, 다시 위반한 경우에는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토록 규제를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의약품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200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립하고, 2009년 의약품 바코드 의무화를 시작으로 2015년 전문의약품에 일련번호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의약품 유통투명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구축된 유통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통해 유통 이상 징후를 파악해 관련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시·도, 검찰·경찰 등과 함께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
의료계 및 제약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9월에 보건복지부 산하 20개 단체가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했다. 더 나아가 2011년 12월에는 병협・의협・치협・약사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와, 2013년 2월에는 의협과 의학회가 공동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공정경쟁규약 및 실무운용지침을 마련하여 실천하고 있으며, 2014년 제약협회를 주관으로 한 기업윤리헌장 선포식에는 150개사가 참여하여 클린영업을 다짐했다. 최근 일부 요양기관에서도 의약품 구매시 GPO(외부업체를 이용한 통합구매대행),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까지 국내 대표 제약사의 리베이트와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보도 되는 등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어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리베이트 근절과 함께 제약 산업의 건강한 발전 도모를 위한 전략도 함께 추진해 의료계 및 제약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균형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각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환자, 의료진, 요양기관, 제약사 모두 혜택을 받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