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대체의료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보완대체의료 제도화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김춘진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보완대체의료 진흥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개념·실태·분류 등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나 연구가 선행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보완대체의료 진흥법안’은 보완대체의료의 제도화 및 진흥을 위해 보완대체의료위원회 및 보완대체의료연구원 설치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이 검증된 보완대체의료행위를 보급함으로써 국민의 의료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려는 취지다.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 번뿐만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전통적인 대체의학으로서 뜸시술의 자율화에 관해 규정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뜸시술 자율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복지부 입장은 같았다.
보완대체의료의 제도화는 의료계에서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17대·18대·19대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제17대와 제18대 국회에서는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보완대체의료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보완대체의료정책위원회법안’이 발의됐으나, 상임위 상정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된바 있다.
또 제18대 국회에서 근골격계질환의 대안 의료인 카이로프랙틱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카이로프랙틱사법안’이 발의됐으나 상정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보완대체의료의 시장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체의학의 세계시장 규모는 1993년 497억불에서 2008년 2000억불로 5배 이상 성장했고, 대략적으로 미국 35%, 유럽 30%, 일본 20%, 중국 10%, 한국 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완대체의료의 수요가 많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보완대체의료 이용률은 약 64%로 대부분은 질병치료(26.3%)가 아닌 건강증진(73.7%) 등의 보조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다.
또한 보완대체의료서비스가 합법화되지 않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국가 공인자격제도가 없이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공인자격이 활성화된 카이로프랙틱에 대해 비의료인이 하는 경우 무면허의료행위로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개념·실태·분류 등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나 연구 선행을 강조한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확실하게 통일된 개념 정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WHO에서는 보완대체의료를 “현대의학 발전과 보급 이전에 수백년간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치료경험들로 구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의학회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정통의학, 주류의학, 제도권의학, 정규의학에 속하지 않은 모든 보건의료체제 및 이와 동반된 이론이나 신념, 진료나 치료에 이용되는 행위와 제품 등의 치료자원 전체”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불어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보완대체의료에 포함시키고 있는 한의학을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권 의학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당장 보완대체의료과 한의학과의 관계 설정 등 우리만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보완대체의료행위로 구분하는 행위들은 의료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비의료인에게 이를 허용시 불법인데, 제정안은 현행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무시하고 불법을 합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적으로 효능 및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보완대체의료를 합법화하는 경우 국민의 건강권 침해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반대 의견을 냈는데 “미국 등과 달리 한방의료·한의사제도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법률을 제정할 정도의 보완대체의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크게 어긋나며,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이미 설립되어 있는데 별도의 출연 연구기관 설립은 국고 낭비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