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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에는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로 해석되는 이 문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종의 ‘때’ 또는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배고픈 사람에게 주어지는 밥 한끼는 배부른 사람한테 주어지는 진수성찬 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고 때에 맞춰 필요한 것이 주어진다면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행복해 질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상용화 된지도 한참 됐다. 더 이상 클라우드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IT 생태계에서 클라우드가 지니는 중요성은 점점 더 해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환자 정보가 축적돼 있는 병원으로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여 환자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거나, 의사가 언제 어디서든 환자 정보를 내려 받아 효율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IT 업체에서도 의료 정보의 잠재적 가치를 알아보고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환자 정보를 원외의 클라우드에 보관하여 이용하는 형태의 서비스는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는 불가하다. 현재 의료법상에는 환자의 정보 보관과 관련해서 원내에 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 등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령에 따르면 외부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자체 설비가 아닌 타 기관의 장비를 빌려 쓰는 형태이며 환자 정보의 안전한 보관, 정보 누출 사고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속성이 강하다. 이에 반해 법은 가치함의적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입법 또는 법령 개정이 따라 잡을 수는 없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보건 의료업의 특성상 규제가 많을 수 밖에 없고, 경직성이 강할 수 밖에 없다.
현행 의료법의 환자 정보 보관과 관련한 법 조항은 환자 정보의 안전한 보관이 중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다소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 조항이다.
이미 클라우드 사용이 보건 의료를 제외한 다른 산업 또는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되어 있기도 할뿐더러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진료 편의, 관련 산업 성장 등의 효과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의료 정보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미국이나, 클라우드를 이용한 정보 공유를 통해 재택 의료 및 개호 지원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 등 해외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여 진료 효율성 및 산업 활성화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을 고려한다면 국내 보건의료산업도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 보안에 관한 문제는 관리 감독 및 기술적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려는 정책적 움직임, 규제의 완화 또는 법령의 개정 등은 때가 되었으니 비를 내려주는 것과 같다. 적절한 시점에 단비를 내려준다면 새로운 생명을 키울 수 있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보건의료산업에도 ‘호우지시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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