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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한 중소병원은 최근 관할 지방 노동청으로부터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신고가 접수됐으니 소명하라’는 내용이었다.
진상 파악에 나선 병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고 당사자는 다름아닌 재직 중인 의사였다. 얼마 전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재계약 뜻이 없음을 전달했던 그 의사였다.
해당 의사는 ‘의료인도 엄연한 근로자다. 병원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주장했다.
병원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 해당 의사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을 했고, 기간 만료에 앞서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의사의 주장이 맞았다. 물론 원래 계약 상으로 병원의 조치는 어떠한 위법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계약 종료였다.
그러나 근로계약서가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의사는 계약 당시 “굳이 이런 것을 작성할 필요가 있느냐”며 에둘러 계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병원 역시 어렵사리 지방 생활을 결심해 준 의사가 고마워 계약서를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이 의사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고용돼 진료를 행했다.
이 경우 의사는 병원에 고용된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병원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해당 의사를 계속 고용하면 간단하겠지만 병원은 결코 그럴 마음이 없다. 불성실한 진료 행태가 재계약 포기 이유였던 만큼 함께 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 의사가 계속해서 버틸 경우 병원은 계속해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처럼 최근 지방의 중소병원들이 의사로 인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 고착화 된 의사 구인난에 더해 최근에는 그 상황을 악용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병원이나 규모가 큰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진과의 계약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영세한 중소병원들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의 한 중소병원의 경우 지난해 수 차례 시도 끝에 힘겹게 의사를 구했지만 이 의사는 진료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1년 간 이 의사에게 2억원 정도의 임금이 지급됐지만 정작 그가 벌어들인 수입은 1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장이 조심스럽게 의사를 불러 상황을 얘기하자 그 의사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구두로 사직을 통보했다.
해당 병원 원장은 “괘씸한 마음에 처벌을 하고 싶었지만 작성해 놓은 근로계약서가 없었다”며 “높은 몸값만 받고 도망가는 먹튀 의사들이 병원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인난에 시달리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의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나마 계약서를 챙겨 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