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 오후 경남 창원시의 한 주택에서 51세 여성과 56세 남성이 칼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내 A씨가 남편을 칼로 30여 차례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의 전말은 암(癌)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자궁경부암 1기 진단을 받고 자궁 적출 후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다툼 끝에 남편을 살해한 후 자살했다.
이 같은 사례를 들며 의학계는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인 디스트레스(distress)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영호 건강사회정책실장은 "암환자 관리가 치료 위주여서 디스트레스는 관리가 안 된다"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이 팀을 이뤄 주기적으로 정신 건강 등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구나 고령화 장수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본을 필두로 디스트레스 관리를 포함한 '지지의료(supportive care)'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에 국립암센터(원장 이강현)는 개원 14주년을 맞아 '지지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지난 12일 제9회 국제심포지엄과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를 개최했다.
"암환자 삶의 질 향상 등 암 진료 패러다임 전환" 선언
암센터 이강현 원장[사진]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임종기 환자에게 국한된 완화의료를 암 진단 시기부터 조기에 제공하고, 암 치료가 끝난 생존자들이 원활하게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암 환자 지지의료의 세계적 흐름임을 시사했다.
이어 "암센터 목표 중 하나인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통증 다학제클리닉과 유방암 생존자 다학제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며 "신개념 다학제적 지지의료로 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차별적 역할을 정립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암센터 김종흔 지원센터장도 "통증다학제클리닉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암 진단부터 시작되는 완화의료와 생존자에 대한 돌봄까지 전주기에 걸쳐 암환자와 가족에게 지지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한국적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국립암센터 암 생존자 지원연구부장인 타카하시 미야코(Miyako Takahashi) 박사는 "암이 만성질환화 되면서 암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됐다"며 암센터의 지지의료 강화 선언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암 생존자들이 치료 후유증으로 다양한 증상이 남을 수 있고, 재발에 대한 불안과 사회 복귀에의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과 투병을 병행할 수 있도록 병원과 지역사회, 재계가 협력하는 모델이 돼야 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의 공조를 화두로 던졌다.
암 전문의-일차 진료의 함께 하는 한국형 통합 지지의료 모델 공개
이날 행사에서는
이처럼 암센터의 다학제적 통합 지지의료 활성화 선언에 긍정적 평가와 격려가 이어진 가운데 국립암센터 지원진료센터 통증다학제클리닉 김대현 마취통증의학과장은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통증다학제클리닉 경험을 소개, 지지의료가 매우 도전적이자 어려운 주제임을 환기시켰다.
그는 특히 "암환자의 통증은 정서적 고통과 기능장애가 함께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라면서 기존 방식의 통증클리닉으로는 포괄적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잘 낫지 않는 복잡한 통증을 안고 여러 과를 떠돌고 있는 암환자들이 많다"며 "마취통증의학, 정신건강의학, 재활의학, 신경학, 가정의학 전문의가 팀을 이뤄 종합적으로 진료할 때 디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관리돼 환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센터 김 열 암관리사업부장은 김대현 과장이 소개한 통증 다학제클리닉 운영 경험과 환자와 암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암 전문의와 일차 진료의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진료모델을 공개했다.
김 열 부장은 "주치의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암병원 내 생존자 클리닉을 개설해 암 전문의와 공동으로 진료하는 원내 공동진료 모델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통증다학제클리닉을 포함해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원격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암환자 관리서비스가 소개돼 참석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