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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확산 한 달여 째, 정부와 보건당국을 향한 국민의 불만과 정치권의 반목은 극심해졌고 병원과 의료산업, 내수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 이후 불거질 정치적,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일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메르스 사태 이후 향후 논란이 될 쟁점들을 긴급진단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논제는 다양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체계를 어떤 식으로 개선할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손실보전 대상의 범위와 방식은 어떤 식으로 정해질 것인지’, ‘격리 조치를 어기고 이탈한 환자에 대한 법적 제제는 불가능한지’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향후 국정조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 기능 및 권한 강화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의료법학회 제4대 회장을 역임한 이윤성 서울대의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초기에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느라고 시간을 다 썼다”며 “질병관리본부장의 지휘권한, 전문행정기구의 리더십을 보장하는 체계 및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변호사(단국의대 교수)는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의 기술적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상태에 불과하다”며 “식약처의 경우 직접 고시를 지정하고 신고, 명령 등의 업무 권한이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식약처 같은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종 전염병 환자 진료 기관 및 거부 의료기관에 대한 상벌 조치도 과제"
진료거부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방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 참석자는 “지역의 의원급 병원 한 곳은 메르스 의심 환자 1명을 진료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한 뒤 병원을 자체 폐쇄했다”며 “이러한 병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손실 보전을 하느냐”고 말했다.
대형병원에 비해 시설 및 진료시스템이 취약한 중소병원의 경우, ‘진료거부’는 의료기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병원을 감염으로부터 막는다는 의미도 있다는 지적이다.
"격리조치 어긴 감염 환자 책임 문제도 중요 사안"
격리조치를 어긴 감염 환자의 책임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 참석자는 “전염병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격리 조치를 위반하거나 이탈하는 행위는 달리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며 "메르스 환자에 대한 제재조치 또는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를 법률 상 지정감염병 제4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정정일(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메르스가 법정 전염병으로 편입돼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 것이기도 하다”며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을 법체계에 빨리 포함시켜야 한다. 더불어 검체검사 등에 관한 시행 규칙을 상위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 위원장(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메르스 사태에 따른 건강보험법 적용 문제, 질병 및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공개의 문제, 국가배상법상 보상 처벌 문제 등 앞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 법이 미비하거나 분명치 않아 신속한 진단과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천수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행 의료법상으로 △감염병분리체계 △신고체계 △손실보전체계 △권한 조정에 관한 법률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논의를 거쳐 입법, 개정해 명문화하고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동진 위원장은 “앞으로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또 불거질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