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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메르스 첫 소송의 주인공은 법무법인 한길 문정구 변호사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 위법확인 청구의 소’를 제출했다.
'부작위'란 쉽게 말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은 법률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정기관의 위법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문정구 변호사는 소장에서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첫 확진자 발생 19일 후에야 의료기관을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기회를 상실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가가 국민에게 감염병 발생 상황을 알리는 시행령이나 규정 등 구체적인 절차를 두고 있지 않는데 이 역시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료법학회 김천수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원고가 어떠한 조항을 근거로 부작위 소송을 제기하는 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쉽사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정구 변호사가 꺼내든 조항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6조 2항으로,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법정에서는 이 조항의 입법목적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첨예한 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의 책무를 규정한 이 조항이 단순히 모든 국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소송 원고의 개인의 이익,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법학회 김천수 회장은 “해당 조항의 목적이 단순히 공공의 이익을 의미하고, 국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소송에서 원고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이 메르스 확진 환자나 격리자 또는 관련 의료기관이 아닌 제3자가 제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정구 변호사는 “자신이 환자, 격리자는 아니지만 현재 온 국민이 메르스 사태로 경기 침체·생활 제약 등 불이익을 겪는 만큼 국민으로서 원고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국가의 부작위 입증 정도에 따라 빠르게는 3∼4개월 안에 소송이 결론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인만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소송 의미에 대해 문 변호사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확인받고 국가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