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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주목할 점은 보건의료기구가 아니라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책임지는 안보리가 채택했다는 것이다”
케이죠 타케미(Keizo Takemi) 일본 참의원[사진]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보건 국회의원 포럼’에서 한 말이다.
케이죠 참의원은 감염병을 통제하고 정복하려는 각국의 노력을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활동으로 그 개념을 확대했다.
그는 “UN안보리가 의료·건강 분야와 관련해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지난 2000·2011년의 에이즈 확산 방지 결의안 이후 세 번째”라며 “에볼라는 국제사회에 안보에 굉장한 위협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UN안보리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평화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미 1994년 ‘인간개발 보고서’에서 안보 개념을 확장해 ‘인간안보’란 개념을 제시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게 사실이다.
케이죠 참의원은 “에볼라가 안보에 위협적이었던 것은 많은 사망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경제적 손실이 엄청났다”며 “공중보건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인간 모든 활동이 위협 받는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은 모든 인간 활동을 위협한다
감염병은 사람뿐 아니라 사회를 감염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1차 발병자의 바이러스가 통제되지 않으면 여러 경로를 통해 2차, 3차 감염자를 낳으며 개인을 무너뜨리고, 그 기세와 비례해 발생하는 ‘사회적 공포’라는 변종된 바이러스는 사회를 감염시킨다.
두 종류의 바이러스는 사회 전반을 마비시킨다. 실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소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중지된다. 자연히 경기가 침체되고 경제적 손실이 따라붙는다.
홍콩 중문대학 데이비드 후이(David S.C. Hui) 교수에 따르면, 2003년 발생한 사스로 홍콩은 62억원, 에볼라의 진원지인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기니, 리베리아는 총 36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근)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도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모임이 취소되며 내수 경제가 꺼졌고, 이를 살려내고자 정부는 15조원 규모의 ‘메르스 추경’을 추진 중이다.
그러한 탓에 호주, 일본,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 총 6개국 국회의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각각 ‘회복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과 ‘소통 및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케이죠 참의원은 “의료시스템 강화의 필요성은 개도국에만 있는게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효율적인 보건 시스템을 가진 나라 5위로 꼽혀왔지만, 메르스 사태로 의료시스템의 결함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적화된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보편적 의료 혜택의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타케시 카세이(Takeshi Kasai) 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 교수 역시 "감염병 등 쇼크로부터 회복 능력을 갖춘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이상 폐렴 진단도 공중보건 사이트에서 공개해 시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한 정보공개와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필요성 역시 논의의 한 축을 이뤘다.
타케시 교수는 “사스를 경험하며 지역사회에 퍼진 공포가 실제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타격을 입힌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정보의 투명성이 핵심이다. 만약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휘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분명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았고, 충분한 법제도적 그리고 경제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데이비드 후이 교수는 “루머를 통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소문이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져나간다. 소통 부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 여파는 보고된 사례나 사망자수보다 커서 사회나 경제 등 다른 분야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류독감 등 많은 국가를 위협한 질병들이 있었다. 라오스의 경우 최근 댕기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정부 최고 수준의 리더십이 필요했던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종구 서울대학교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교수는 “감염병 등 발생 시 정부가 권한을 갖고 의심 환자를 제대로 격리·추적하고 일부 잠재 환자의 경우 직장 출근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특별법 제정 효과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가는 공중보건 비상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별법은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전제 하에 데이터 수집, 즉각적 조사, 검사나 치료 백신 제공, 격리 권한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면 함께 대응해야 한다
“교통의 발달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보건 문제는 더 이상 한 지역, 한 국가에 한정돼 있지 않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기조연설에서 밝힌 국제보건 거버넌스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 사회에서 감염병은 모든 나라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문제다.
지난 몇 년 간 사스나 에볼라 등에서 목격했듯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은 교통과 물류를 타고 삽시간에 세계 어느 곳이든 휩쓸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 알리안 리 박사는 “감염병이 가장 중요한 인간안보 문제다. 수 년 전부터 신종 감염병 위험은 국가 간 연계돼 위험을 빠르게 공유해왔다”고 진단했다.
▲한국 보건당국이 이메일을 통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WHO와 공유하고 있다. | 현재 보건의료 분야 국제 거버넌스는 WHO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알리안 리 박사에 따르면, WHO는 전세계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매일 아침 회의를 하고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회원국에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는 “거의 3일에 한번 씩 새로운 병들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났을 때는 정보공유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코디네이션이 필요하다. 그것이 WHO가 회원국들과 정보를 공유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각국의 국회의원 모두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 케이죠 참의원은 “우리는 국민을 책임지는 사람이다”라며 “각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