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한 사람 감염으로 초래된 평지풍파가 국가적 재난 사태까지 비화된 메르스. 중동발 생면부지 이 질환은 우리에게 비참함과 함께 큰 아픔을 줬다. 그렇지만 동시에 많은 교훈을 남겼고 더불어 반성의 시간도 갖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절감했다. 특히 소중했지만 그 가치가 희석돼 가고 있던 직업군에 대한 인식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바로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 메르스와 사투(死鬪)를 벌인 의료진들이다.
지난 6월23일자 모(某) 일간신문에 특별한 광고가 실렸다. 한 면에는 서울시민 김모씨 개인 명의로 메르스와 사투하는 의료진에게 감사하고 너무도 고생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격려문 형태의 광고가 게재됐다.
광고는 “일부 국민들이 방역당국과 의료진을 너무 몰아세우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확산이 병원 내에서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 간호사들의 희생적 노력으로 병원 바깥의 지역 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의사, 간호사들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방역 전선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살신성인(殺身成仁) 하는 이들에게 훈장을 주는 심정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당부했다.
바로 옆면에는 ‘의료인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제하로 “의료인 여러분은 메르스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켜낸 영웅들로 기억될 것 입니다. 의료인 여러분의 수고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한노인회 광고가 눈에 띄었다.
일간 매체에 공개적으로 의료진에 감사함을 표하고 격려하는 광고가 게재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더욱이 2면에 걸친 주체가 다른 동시 광고는 아마도 대한민국 언론사에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포함해 의료인과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대한 시선은 탐탁치 않다. 기득권 세력이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외면하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언론은 잊혀질만하면 부정 및 비위 사실로 비판한다. 시민단체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리베이트로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가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졌다. 환자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의사가 많아질 만큼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광고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같은 광고 외에도 전사(戰士)가 돼서 메르스와 분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일부 병원 근처에는 지역주민들의 격려 플래카드가 걸렸다. 고사리 손의 유치원생부터 여고생까지 학생들 손 편지가 천근만근 녹초가 된 의료진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고 직업적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실제 6월30일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 182명 가운데 20%인 36명이 메르스와 싸우다가 감염된 의료진이다. 즉, 메르스 감염자 5명 중 1명은 병원 종사자라는 얘기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간호사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의사 7명 등이다.
지난해 국민 전체를 허탈하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태 때 출동 해경이 승객을 포함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해 국민적 공분(公憤)을 샀던 기억이 난다. 기껏 현장에 도착한 해경이 기울어진 세월호에 올라가 허둥지둥 됐던 어이없는 장면에 비하면 목숨 걸고 방역복을 입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처절한 의료진들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비교 불가한 숭고한 직업정신의 발로가 엿보인다.
여기에 직접 환자를 돌보지는 않았지만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진해서 병·의원 문을 닫은 의사들도 많다. 가까운 의사 지인 중 자가격리를 했다고 말한 사람이 의외로 많아 약간 놀라웠다. 의료인의 사명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이번 사태로 국가적으로는 홀대했던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의료 중요성이 간과돼 결과론적으로 메르스 참사는 호미로 막을 수 있었는데 가래로도 막지 못한 격이 됐다. 정부가 앞으로 관심을 높이겠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며 비례해서 의사 등 보건의료인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과 같은 의료인의 희생과 전문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의료인에 대한 전문성과 존경심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는 의료인들에게 사회적으로 선생님 존칭을 재조명받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