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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제도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으면 하는 것이 의료인들의 한결 같은 소망이겠지만, 달린 입이 있다고 아무 말이나 하다간 어디서 어떻게 두드려 맞을지 모르는 무서운 세상이니 말하기도 주저된다.
더구나 요즘 메르스 이후 달라져야 할 것에 대해 자칭 타칭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연구를 해온 듯 근엄하게 한마디씩 거드는데, 전문가도 아닌 필자까지 나서서 한마디 보태는 것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있다. 보건복지부나 관련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이나 의료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 심지어 방송이나 신문들도 그렇게 많고, 다들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우리 의료제도를 엉망진창인 이 꼴로 끌고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월호 사건이후 생긴 국민안전처가 메르스로 공황 상태에 빠진 국민을 위해 해준 일은 환자발생 17일 만인, 현충일 낮 12시를 전후해 '메르스 예방수칙 1. 자주 손 씻기 2. 기침, 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 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이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내준 것뿐이다.
필자는 재난문자가 그야말로 짧은 시간에 미친 듯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 전쟁이 터졌구나!'하고 놀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주 심한 욕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아우성 쳐가며 재난 시 국민 보호를 위해 만들었다는 기관이 이런 정도의 일밖에 못한다면 메르스 후에도 괜스레 힘들여 가면서 쓸모없는 짓거리를 해서 있던 것까지 망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됐기 때문이다.
사태는 터졌고, 공무원으로써 뭔가는 해야겠는데 평소 생각해 둔 것은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입김 좀 세다는 사람들 불러 모아 의견 들어보며 적당히 앞뒤 맞춰 그럴듯한 두께의 보고서 작성한 후 수고했다고 회식하고 끝내는 것이 지금까지의 방식인 듯하다.
이를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다고 하는 것인지, 한탕주의 냄비근성이라 하는 것인지, 무슨 일만 터지면 그 때만 펄펄 끓어오르고는 금방 씻은 듯 잊어먹는 사회 현상. 여기에 끓어오르는 와중에 번갯불에 콩 볶듯 내놓는 소위 개선책이라는 것들까지….
이런 것들이 이번 사태 이후에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벌써 몇 개 법안이 만들어져 논의되고 있다니 이런 바람은 소용없는 일인 것 같다. 경험적으로 봐도 말들만 많지 정작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글을 남기는 것도 좀 던적스럽다.
정부를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마도 이번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수순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이런 일을 하려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바꿔서 선진조국의 안전한 국민 건강관리를 위해 꼭 한 가지는 바꿔야 한다고 하면, 한 가지는 할 말이 있다.
전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닥터 쇼핑을 금지해야 한다. 시간만 있으면 하루에도 몇 군데씩 병의원을 돌아다닐 수 있는 제도는 분명 비정상적이다. 재원의 낭비다.
30초를 진료 받으나, 한 시간 진료를 받으나 같은 수가로 산정되는 체계, "안녕하세요. 좀 어때요. 괜찮으시죠. 약 드셔보세요" 이렇게 하고 진료 끝! 하는 것과 20-30분씩 상담하고, 설명하는 진료나 같은 수가라면, 누가 꼼꼼히 진료를 하겠나.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병원 갔다 왔는데 열이 안 떨어진다고 늦은 밤 응급실에 또 나타나는 식의 의료이용 행태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의사와의 면담이 3분 이내에 이루어지는 진료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닥터 쇼핑은 막을 수 없다, 대화를 통한 믿음이 없는 진료는 닥터 쇼핑을 나서게 하고, 잦은 응급실 방문을 유발한다.
자꾸 대형 병원으로만 환자가 쏠리는 현상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이번 사태 후 꼭 바꿔야 할 것은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다. 그리고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본 진료가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