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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소식에 정계는 물론 의료계도 술렁였다. 환영과 경계도 교차했다.
상대적으로 타 장관에 비해 오랜 기간 자리를 맡아왔던 문형표 장관이 결국 '메르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가운데 정진엽 前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낙점, 이목을 집중시켰다.
병원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병원장을 무려 3차례나 역임한 만큼 병원계의 현실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병원계 고충 이해 기대"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병원장을 맡은 인물인 만큼 병원계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유수 병원으로 손꼽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오랜 시간 행정을 경험했기에 병원계가 닥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는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인이기 때문에 언제든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럴리는 없겠지만 '의료인만 보듬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정진엽 내정자를 낙점한 것은 국정 운영에 있어 '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과도 같다고 풀이했다.
한국 의료IT 수출 1호로 꼽히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시스템은 박근혜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세워 왔던 기조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박상근 회장은 "분명한 것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증명됐듯 의료를 값싼 노동력으로 봐선 안 된다"며 "부디 병원계와 함께 소통, 의료인의 위상 강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어떠한 방향이 최선의 길인지 확실한 가치관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의료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의 의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단절됐던 소통 채널 열리나
그 동안 대화 창구 마련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갈만큼 불신 관계에 놓여 있었던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 내정에 반색했다.
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그 동안 정부와 상당 부분 단절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복지보다 보건 전문가가 수장에 올라섰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일차의료기관의 문제, 즉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왜곡돼 있는 현 의료전달체계를 전문가적 시각에서 바라봐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격의료, 의료산업화 등 정 내정자의 과거 이력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강청희 부회장은 "의협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은 복지부 수장 한 사람의 변화만이 아니라 카운터파트너로 동등하게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조직 자체 변화였다"고 말했다.
나아가 임상의학의 식견을 지니고 있고 병원 행정에 대한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호평을 얻고 있지만 역할 수행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내비치는 반응도 나왔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최대집 대표는 "물론 정진엽 교수의 내정을 보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의료 영역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제했다.
기존 관료들과 견제와 협력을 통해 국내 보건의료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대집 대표는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앞서 준정부기관 수장에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이 올라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게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결국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틀 안에서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얼마나 소신을 가지고 의료정책을 수립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