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는 1800년대 후반부터 건축가와 감염학자들이 만나 함께 병원 건축을 설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의사 따로, 건축가 따로’다.”
지난 5월 대한민국을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산적해있다. 당시, 감염 환자가 계속 발생하자 병동과 응급실 구조, 음압시설 등 병원들의 환경과 시설에 대한 문제들도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 2006년 ‘신종플루(H1N1)’등 6년 주기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병원은 제2의 메르스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지난 10일 데일리메디는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양내원 회장과 조준영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박사를 만나 ‘메르스 사태를 통해 보는 병원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메르스 사태 때 병원 시설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6인실을 4인실 체제로 바꾸고, 음압병실 개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 조 박사 “음압병실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느냐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견(異見)이 있다. 국내 음압시설은 총119개인데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해 치료받았을 당시 인원이 124명이었다. 결국 음압병실은 5개 정도 부족했다.”
“반면,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을 때 숫자가 6730명이었는데 국내 격리 병실은 1800개에 불과했다. 오히려 대량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원과 지역이 수용하는 방법을 해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 양 회장 “감염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병에 대한 의학적 이해’다. 그 이후 운영 및 관리, 이에 대한 시설 필요성 순으로 논의와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 대응 과정은 정반대였다.”
“건축적 대응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병원 감염 증가 이유는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 문제, 이에 따른 병원균 저항력 증가, 입원환자 구성 및 질병구조 변화, 의료기기의 인체 삽입 기회 증가, 멸균과 소독 소홀, 잘못된 건축 및 설비계획 등 다양하다. 마치 건축과 설비로 감염문제가 해결된다고 봐서는 안 된다.”
Q. 메르스 사태가 병원 건축에 남긴 메시지는 무엇인가
▶ 양 회장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축과 의학이 지금까지 한자리에 앉아 토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1854년에 ‘감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병원 설계 측면에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건축가와 감염학자들이 만나 함께 논의해 설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의사 따로, 건축가 따로’다.”
▶ 조 박사 “영국과 미국 병원들은 양적 성장이 끝나고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감염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역시 1996년 이후에서야 감염에 대한 개념을 갖고 병원 건축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병원들의 80%이상이 1990년대 이전에 지어졌다는 점이다. 기존 병원의 건축 및 설비에 대한 보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투자를 과연 민간에다 모두 맡길지, 정부가 어느 정도 지원해줄 수 있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앞으로 '병원 감염' 문제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Q. 병원 건축이 다른 건축과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 양 회장 "병원은 굉장히 복잡하다. 병상 당 2.4실(室), 즉 100병상이면 240개의 실로 이뤄진다. 또 병원 내에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병원 건축은 설비집약적이면서도 빠르게 변화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주(主)는 ‘기능’이 아니라 ‘설비’다. 바뀌지 않는 구조들, 즉 설비가 중요하다. 동시에 기능 면에서는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 병원이다. 대게 4년마다 병원 내에서는 공사가 이뤄진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병원은 경쟁력이 없다."
“21세기 병원은 미래 건축물의 대표주자다. 최첨단의 모습과 기능을 갖춰야 하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인 철학과 치유의 요소들이 함께 담겨야 한다.”
Q. 최근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장으로 취임했다. 향후 계획은
▶ 양 회장 “앞선 메르스 사태에서 의료복지건축학회가 논의에 적극 개입했다. 앞으로 다양한 계획들이 있다. 9월10일부터 13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 병원의료산업 박람회에서 ‘병원 신·증축 리모델링 포럼'을 갖는다. 한·중·일 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다."
"학회의 중요한 상징인 논문집에 대해서도 과거 방식에서 보다 새롭게 확장된 개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 또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연구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