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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일정을 조율할 만큼 바쁜 서울아산병원 유창식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은 말 그대로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의사’로 정평이 나있다.
10년 이상 장루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유창식 병원장은 소외된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대장암은 우리나라 국민 5대암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발병률이 늘고 있다. 대장암 환자는 수술 후 장루를 차는 경우가 흔하다. 후천적 장애를 안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장루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주일 간 장루 4개를 소모하는 범위 내에서 급여로 전환됐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창식 병원장은 장루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기부 활동을 떠올리게 됐다. 마침 덴마크 기업 ‘콜로플라스트’의 운영 철학과 맞아떨어졌다.
유창식 병원장은 “예전에는 장루수술 환자가 1년에 약 300명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약 500명까지 늘어났다”며 “물론 수술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평생 착용 환자보다 일시적으로 착용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소모되는 제품 갯수 자체는 예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여화를 통해 환자 및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원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위생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루 재사용 역시 제도적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콜로플라스트 측에 따르면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 장루 환자는 해당 제품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의료진이 “어떻게 장루를 물로 세척해 몇 번씩 활용하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다.
유창식 병원장은 “우리나라 환자는 외국에 비해 장애를 안게 됐을 때 외부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편견으로 위축되는 환자들을 보면 매우 안쓰럽다.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장루를 착용한 환자가 비키니를 입는 등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을 유지한다. 과거에 비해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됐으나 여전히 장루만큼은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장루환자 모임 ‘단미회’ 통해 실질적 도움 주도록 더욱 노력”
10년째 기부활동을 이어온 만큼 유창식 병원장과 콜로플라스트가 지원한 환자 수는 꽤 많다. 차상위계층부터 중국동포에 이르기까지 기부 대상 범위 역시 매우 폭넓다.
유창식 암병원장은 “여성 중국동포는 식당일, 가사도우미 등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며 “기부를 통해 환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신체와 더불어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어 진정한 의사가 된 기분”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은 1년에 1번씩 장루 환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모임 명칭은 ‘단미회’다. 단미회는 장루를 겪거나, 겪고 있는 ‘선배 환자들’이 다른 환자들에게 일상생활에 대한 조언과 격려는 나누는 자리다.
유창식 교수는 “의료진이 조언하는 것보다 오히려 장루 환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단미회를 더욱 확대·운영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편견이 최대한 없어질 수 있도록 의료진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장루 등 장애를 안고 있는 환자들은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 당당히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해나가길 희망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