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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저를 지켜주지 않았어요. 진료를 핑계로 환자를 성추행 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주세요.”
지난 12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6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는 이른바 ‘진료빙자 성추행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민서 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2013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정 양은 교통사고 후 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을 찾아갔다.
정 양이 부모님과 함께 한의원을 내원했을 때는 일반적인 치료가 이뤄졌지만, 혼자 내원했을 때는 ‘수기치료’라는 이름의 전혀 다른 치료가 이뤄졌다.
“한의사가 제 바지를 벗겼어요…당시에는 이게 진짜치료인가. 기분이 나빴지만 치료라고 생각했어요.”
정 양은 처음엔 한의사 말처럼 치료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가 다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뒤에야 성추행인 것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이후 2013년 8월 한의사 A씨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한의사는 ‘치료행위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학생의 진술만으론 중요부위를 만졌는지 알기 어렵다는 등 증거불충분이 무죄 이유였다.
정 양은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법이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정말 무죄라면 죄없는 한의사의 인생을 망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혼란스럽고 힘들어서 자해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포기하면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를 할 수 없었다"며 “진료를 핑계로 환자를 성추행 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진료시 신체접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환자에게 사전에 의무고지 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서법', '‘진료빙자 성추행방지법’(가칭)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날 솔루션자문단 권용진 의사는 “무죄로 나온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의료인으로서 해당 한의사의 행위는 비윤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도 끝까지 다퉈야 하는 것과 함께 대한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재 변호사는 “치료라는 핑계로 의료인이 환자에게 성추행을 했다면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법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무죄가 되는 이유는 피고가 결백한 경우, 또 증거가 불충분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진료실 성추행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의료계도 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료방지성추행방지법 제정 운동을 본격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