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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병원의 감염관리를 위한 건축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양내원 회장(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은 대한병원협회가 20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주최한 병원의료산업 희망포럼에서 ‘돌봄의 공간, 건축과 의료의 만남’이란 주제로 병원건축 변화상을 소개했다.
양내원 회장은 “메르스 사태로 병원감염과 연관돼 병원 설비, 설계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병원건축은 오래 전부터 의학과 결부돼 있었다”며 “의료시설은 항상 질병회복의 직접적인 도구로 디자인 됐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병원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면 근대 초기에는 ‘파빌리온’ 방식의 병원이 건축됐다”며 “파빌리온 식 건축은 병원에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기의 출입구와 배기구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공기가 아닌 접촉에 의해 병이 걸린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청결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병리실이 생겨나고 의사 가운과 마찬가지로 벽을 하얗게 칠해 오염물이 묻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1920년에 들어서는 햇빛이 회복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모든 병실마다 테라스를 들여놓았고, 1930년대에는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중요부서들을 배치하는 컴펙트한 건축이 각광받았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 같이 의학과 결부돼 설계되는 병원건축이 병상확대 경쟁 및 첨단의료 시대에 들어서면서 무너졌다는 점이다.
그는 “문어발식 증축을 하면서 병원건축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졌다”며 “최근에는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첨단의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증축과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 병원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반복되는 증축과 리모델링의 숙명 속에서도 병원건축의 기본인 ‘돌봄의 공간’으로서 기능을 잃으면 안 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양 회장은 “병원건축은 감염을 차단하는 방법과 환자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최근 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인체와 자연 사이의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는 건축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햇빛이 들어오고 나무가 있는 공간에서 환자들은 활동적이지만 침대만 놓인 병실에서는 비활동적”이라며 “선진국에서 자연의 흐름을 병원 내부에도 고스란히 반영한 설계 등이 도입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양 회장은 “국내 의료기관들의 건축은 의학과 분리돼 있었다"며 "메르스 사태로 인한 위기가 병원 건축을 돌아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