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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감염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감염관리간호사에 대한 인력확충과 교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이지영 회장[사진]은 “병원에 감염관리실이 있다고 해도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간호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감염관리간호사에 대한 정부 지원 교육도 전무하다보니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이직 및 퇴사하는 인력이 많다”고 밝혔다.
감염관리간호사회가 지난 2013년 감염관리실이 있는 의료기관 감염관리간호사 1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인력은 1.5명에 불과했고 근속연수 역시 1.5~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영 회장은 “감염관리는 수익을 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 자율에 맡겨놔서는 인력을 확보하거나 적절한 교육이 시행되기 어렵다”며 “현행 의료법에는 감염관리 간호사 배치인력 기준이 없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교육 프로그램 역시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감염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감염관리 간호사에 대한 교육 및 인력기준 논의는 수면아래 잠겨있다는 토로다.
이 회장은 “감염관리간호사들은 주로 병원의 감염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마련하며 어떤 부서 또는 직군의 감염 위험도가 높은지 모니터링 등을 시행한다.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전반적인 사안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배우고 공부해야할 양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염관리간호사회 설문조사에서 감염관리 개선활동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고 답한 내용이 꼽혔다.
이 회장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감염관리간호사들은 몰라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며 “우선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없다보니 업무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고 문헌을 찾아보려고 해도 외국 원서가 대부분이고 양 역시 방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는 질병관리본부가 용역과제로 1억5000만원을 지원해 연간 150여명의 감염관리간호사 교육이 이뤄졌는데 해당 사업이 고용노동부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교육이 중단된 상태다.
이 회장은 “감염관리간호사 교육 목적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력들이 실무를 잘 하도록 교육해 감염률을 낮추는 것인데 노동부의 사업 목적은 취업률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괴리가 있다”며 “교육대상도 고용보험 대상자로만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감염관리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교육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모두 개인 부담으로 돌아가다 보니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병원의 질 관리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지영 회장은 “중소병원이나 개인병원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안도 아닌 감염관리 교육을 위해 간호사에게 휴가를 주고 교육비용까지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병원이나 개인 선택으로 교육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염관리 개별병원 아닌 국가시스템 영역"
과거 감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은 홍콩의 경우 국가가 감염관리간호사 교육코스를 만들어 150병상 당 1명씩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교육 지원과 더불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감염관리 인력 확충도 병상규모에 맞게 감염관리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현재 복지부장관이 자격을 주는 감염관리전문간호사가 262명이 배출돼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채용하는 수 자체가 적다보니 전문교육을 받고도 병동, 수술실 등에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사례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WHO에서는 200병상 당 1명의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병상 당 인력기준마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당장 WHO 기준까지 인력확충을 할 수는 없더라도 단계적으로 감염관리 인력을 늘려가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지영 회장은 감염병의 경우 재난 중에서도 특수한 경우로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기관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풍백화점과 같은 재난 사고로 발생한 외상환자와 메르스 발병으로 인한 감염환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외상환자의 경우 개별 개별병원에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감염환자의 경우 어느 한 병원만 잘 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의료기관 의지에 따라 감염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감염관리 질을 높여야 한다”며 “감염관리간호사의 인력 배치나 교육 등도 국가적인 시스템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