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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치료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건강증진·질병예방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전문가들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지난 20년 간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등의 지표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선제적 대응과 예방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고, 공급자 중심 정책 및 사업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먼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전병률 이사(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적용덕분에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국민들도 치료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며 “반면 국민 의료비 중 예방과 공중보건에 투입되는 비용은 3.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1인당 예방·공중보건지출은 1997년 건강증진기금과 담배부담금 인상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OECD 평균 및 선진국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 이사의 설명이다.
전 이사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운용 역시 매년 45~50%에 달하는 금액을 의약분업 이후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지원에 투입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기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은 건강증진사업에 한정하도록 해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자살, 건강불평등 확대 등 정신적·사회적 건강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보건정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라며 “건강은 권리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건강증진 정책에 기존의 중앙정부와 의료공급자 이외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참여자들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녹색건강연대 이주열 대표는 “건강증진 접근의 핵심은 전통적인 의료 접근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증진 개념은 애매모호하고 의료적 접근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인,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건강생활 수준 변화를 위해서는 가족단위 또는 지역별로 찾아가는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양대 의과대학 정승준 교수 역시 “국내 보건의료 문제는 사회구조적 변화, 의료자원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발생한다”며 “기존의 의료적 접근을 통한 해결보다는 전방위적 접근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강해졌지만 건강이라는 개념이 일반국민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온다”며 “대학생들도 정상혈압 수치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쉽게 건강증진을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참여자 정책 반영 개방형 복지부 지향”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나성웅 과장은 건강이라는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오는 정책 시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보다 다양한 참여자들을 정책에 반영시키고 근거중심의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나성웅 과장은 “질병의 경우 암, 심혈관 등 눈에 보이는 정책들이 나오는데 건강증진은 정의를 하기 어렵다”며 “어디까지가 건강이고 증진의 수준인지 모호한 부분이 존재할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건강증진에 대한 요구도는 매우 높지만 평가는 박한 성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건강증진의 경우 질환과 달리 데이터베이스가 약하다는 것이 나 과장의 지적이다.
그는 “암의 경우 5년·10년 생존율 등의 자료가 확보되지만 건강과 관련해서는 여러 기관에 분산된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며 “건강증진이라는 지표로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사업은 시행하기가 힘들다”며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지역사회에 맞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지방정부가 개발하고 안착시킬 수 있을지를 도와주는 개방형 정부로서의 방식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